많은 해외 이주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고용, 차별과 노동 착취, 인권 탄압과 같은 문제에 마주해 있다. 특히 2020년 이래로 전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코로나의 유행과, 카타르 월드컵 개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이주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에 관한 다양한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코로나로 인해 이주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보건 서비스를 받지 못해 위험한 상황에 처한다거나, 이동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되며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들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에서 일하는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했고,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카타르의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출신 이주 노동자 인권 실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걸프 지역 내의 아시아와 아프리카 각지의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글에서는 걸프 국가 내의 이주 노동자들의 역사와 고용 정책, 그리고 이주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카타르 월드컵의 화려한 이면에 가려진 이주노동자의 인권 문제
지난 2022년 겨울, 중동지역에서 최초로 월드컵이 개최되었다. 2010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확정된 이후 카타르는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하는 중동 및 이슬람권 국가라는 기록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축제인 월드컵이 시작하기도 전에 많은 잡음이 쏟아져 나왔다. 50도를 웃도는 도하의 뜨거운 여름 날씨를 피해 겨울에 월드컵이 개막하면서 유럽의 프로리그 시즌 일정과 겹치게 되었고, 결국 선수들의 컨디션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카타르가 개최국으로 선발되는 과정의 공정성 문제와 경기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 또한 논란이 되었다. 특히 외국인 노동 문제는 유럽 내 카타르 월드컵의 보이콧 운동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유명인들 역시 인권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카타르 월드컵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동참을 촉구했고, 많은 유럽 축구 국가대표팀이 인권 문제와 관련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월드컵 개최를 위해 카타르는 7개 경기장을 신축하기 위해 3만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했다. 노동자 대부분은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인도, 네팔, 그리고 필리핀 등 서남아시아 지역 출신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는 월드컵 개최 직후 국제앰네스티, 휴먼라이트워치를 포함한 다양한 인권단체에 의해 여러 차례 제기되어왔다. 카타르 정부는 경기장 건설 중 사망자는 37명이고 경기장 건설과 관련 있는 사망은 그중 세 건이라고 발표했지만, 비판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했다. 비록 월드컵으로 인해 카타르의 노동자 인권 문제가 더욱 부각되었음에도 걸프 지역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걸프 각국의 고용정책 변화: 걸프로 향하려는 이주노동자, 막아내려는 정부
걸프 지역으로 향하는 이주노동자의 역사는 비교적 짧으며, 대부분의 유입은 걸프 국가들의 외부 환경과 국가개발에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특히 197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이란 이슬람 혁명(1979년), 이란-이라크 전쟁 (1981~1989년), 1990년 걸프 전쟁(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세 가지 사건은 유가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고, 이는 자연스레 걸프 국가들의 경제발전과 노동자 수요에도 영향을 주었다.
대다수의 걸프 국가들이 석유 호황을 누리기 전인 1970년대 이전의 해외 이주 노동자들은 이웃 아랍국가 출신이었다.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의 통계에 따르면 이집트, 시리아, 예멘, 팔레스타인 등의 아랍인들이 80% 이상을 차지했으며, 종교와 문화, 언어의 유사성으로 인해 아랍인들이 비교적 쉽게 걸프 국가로 유입될 수 있었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하면서 경제적으로 빠른 발전을 이루고 있을 때,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였던 이집트와 예멘에서 많은 노동자가 걸프 지역으로 유입되었다. 19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 특히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의 여파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산유국의 이익이 막대하게 증가하자 걸프 국가들은 좀 더 야심찬 국가 발전 계획을 세웠고 이에 따라 노동력의 수요도 급증하였다(Rahman, 2020). 1980년에 이르러서는 인도 출신의 노동자는 50만 명이 넘을 정도였다. 반면, 아랍 국가 출신의 이주 노동자들은 1975년 43%에서 37%로 감소하였는데, 이는 건설 현장에서 숙련된 노동자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짐에 따라 인도나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의 다른 아시아 지역 출신의 노동자들이 유입되면서 생긴 결과였다. 아랍인 노동자의 감소는 걸프 각국 정부들이 당시 정치적 세속주의와 사회주의 이념이 확산되던 이집트와 예멘, 시리아 출신 노동자들의 자국 유입을 최소화하는 대신에 남아시아 출신의 노동자들을 적극 유치하는 정책을 펼친 결과이기도 했다.
1982년 후반 유가가 하락하고 원유 수출 수익이 감소하자 발전 속도는 더뎌졌고 노동자의 수요 역시 줄어들었지만, 숙련된 노동자들을 선호하는 현상은 계속되었다. 1990년 냉전의 종식과 함께 중국과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신생국가 출신의 노동자들이 증가함과 동시에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지지했던 국가 출신의 노동자들이 강제 송환된 영향을 받아 아랍국가 출신 노동자들의 비중은 더욱 감소하였다. 이 공백은 저임금을 받는 남아시아 출신의 이주노동자들로 메꿔졌다. 1990년대 이후 남아시아 출신(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등)의 노동자들은 꾸준히 증가하였다. 2016년 두바이 통계청에서 발표한 노동인구 분포도에 따르면 두바이 전체 인구의 4%만이 자국민 노동자이며 약 82.6%가 아시아 출신 노동자였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동인구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현상은 2000년대 후반까지 이어진다. 이후 걸프 국가들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민의 고용안정과 실업률 최소화를 위해 사우다이제이션(Saudization), 즉 자국민 우선고용정책(니타카트, Nitaqat)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자국민 우선고용 정책은 1994년에 최초로 도입되었지만, 2011년에 이르러 아랍의 봄 이후 사회적으로 급증하는 청년층 실업률을 줄이기 위해 규제를 강화했다. 더불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사우디 비전 2030(Saudi Vision 2030)’의 주요 과제로 청년층의 실업률 감소가 주요 목표로 선정되면서 사우디는 2016년 이후 자국인 의무 고용 비율을 정하고 청년층의 고용안정을 통한 사회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카타르 역시 다른 국가들의 자국민 우선 고용 정책에 발맞춰 카타라이제이션(Qatarization)을 추진하고 있다. 카타르의 실업률은 0.3%로 다른 걸프 국가들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1), 2016년 카타르 총리 압둘라 빈 나세르 알 사니(Sheikh Abdullah bin Nasser Al Thani)는 자국민의 우선 고용을 강조한 바 있다. UAE와 오만 역시 앞선 국가들과 유사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UAE 노동부는 2005년 민간부문의 고용 쿼터제를 도입하였으며, 자국민을 고용할 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타우틴 클럽, Tawteen Club)를 운영하여 자국인 고용을 장려하고 있다.
자국민 우선고용정책을 내세워 GCC 국가들은 자국민 노동인구 비율을 늘려가고 있지만, 자국민의 전문 인력 부족, 높은 급여 수준 등의 이유로 인해 기업들이 정책을 이행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0년 GCC 통계센터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의 비율은 카타르의 경우 약 95%, 바레인과 오만의 경우 70% 이상, 쿠웨이트의 경우 85% 이상으로, 여전히 걸프 국가 내 노동 가능 인구 대부분은 이주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카팔라, 현대판 노예 제도?
2018년, 쿠웨이트에서는 필리핀인 가사도우미를 구출한 사건으로 인해 필리핀 대사가 추방되는 사건이 있었다. 쿠웨이트에서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의 대다수는 가사도우미나 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데, 당시 필리핀인 가사도우미들 중 신체학대나 임금 체불, 구타 등을 당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지자 대사관에서 구출 작전을 지원했고, 이로 인해 양국 사이에 외교적 분쟁까지 발생했다. 쿠웨이트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자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해외 송출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고려하였다. 2021년 76차 유엔총회에서는 카팔라(Kafala, 후원자 제도) 제도의 폐지를 촉구하는 연설까지 했을 정도이다.
카팔라 제도는 걸프 국가들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 문제를 논의할 때 항상 언급되는 문제다. 대다수의 걸프 국가들은 급격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새롭게 훈련시킬 노동자들보다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숙련된 노동자들이 필요했고, 일자리를 찾아 자국을 떠나온 이주노동자가 대다수의 직종에서 경제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걸프 각국 정부는 자국민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제활동을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이를 위해 카팔라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의 골자는 직종을 불문하고 모든 이주노동자는 후원자에게 승인을 받아야 해당 국가 내에서 근로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카팔라 제도는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근로를 위해 이주해오는 노동자들은 계약 동안 회사나 개인을 후원자로 두게 되며, 외국인 노동자들은 고용주의 동의를 얻지 않고서는 입·출국 및 이직을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전문 직종에 많이 포진하고 있는 서구 출신 국가들의 노동자들보다 동남아시아 지역 출신의 노동자들이 이 제도로 인한 불이익에 많이 노출되어왔다. 전문 직종으로 고용된 경우 쉽게 대체할 인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덜 받는 편이지만, 가사노동이나 운전사와 같은 직종의 인력은 쉽게 대체될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에는 고용주가 노동자의 여권과 신분증을 압수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더욱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카팔라 제도는 내무부의 관리 감독하에 있기 때문에 초청 국가의 노동법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Robinson, 2022).
그러나 2020년대 이후 국제사회의 압박과 비판이 거세지며 사우디를 비롯하여 카타르, 바레인은 카팔라 제도의 폐지를 선언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1년 카팔라 제도를 폐지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이직과 이동을 보장하여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카타르는 카팔라 제도의 폐지와 더불어 2020년 중동 지역에서는 최초로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법으로 제정하였고,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사업주는 월급 외에 주거 수당을 지급해야 하도록 법을 개정하였다. UAE와 쿠웨이트 역시 카팔라 제도를 개혁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전문가들은 카팔라 제도 개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완전한 폐지와 정부의 지속적인 감독과 관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제도로 혜택을 받는 고용주들의 반발이 극심하기 때문에 변화는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워 보인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 이주노동자
카팔라 제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2020년 COVID-19의 확산은 저임금 노동자들, 특히 그중에서도 더욱 소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가사도우미로 취직해있는 여성 대다수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왔다. 일자리를 찾아 자국을 떠나 걸프 국가들로 이주해 온 여성 노동자들 대부분은 저임금, 저숙련 직종에 종사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외국인 가사노동자 246만 명 중 여성은 약 80만 명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는 코로나가 이주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임금 삭감, 본국으로 송금하는 금액 감소, 테러 자금 조달(CFT, Combating Terrorism Financing) 표준 규정을 준수하지 않거나, 자금세탁방지(AML, Anti-Money Laundering)등의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소액송금을 하는 계좌들이 동결되거나 불법체류 노동자들의 경우 고액의 송금 수수료를 요구하는 중개인들이 나타나면서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돈에 대한 제한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어려움, 강제 귀국 혹은 일자리를 잃고 불법체류 상태로 전락하는 문제 등을 꼽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감정 노동의 격화와 정신적, 성적 학대에 노출되는 여성 이주노동자가 많아지는 것이다. 가사도우미 대부분은 고용주와 함께 거주하는데 락다운 상황에서 최소한의 사회활동이나 주변인들과의 교류가 적어지고, 이러한 상태가 여성 노동자들을 탈출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때문이다(Mona Ahmed, 2021). 대부분의 걸프 국가들의 경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사노동자들은 병가가 보장되는 경우가 드물 뿐 아니라 학교가 휴교하거나 재택근무가 증가함에 따라 일반적인 업무뿐 아니라 고용주의 아이들을 더 오랫동안 돌봐야 하는 업무가 가중되는 등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 유행 초기에 쿠웨이트에서 필리핀인 가사도우미가 폭행으로 인해 숨진 사건이 발생하면서 필리핀 정부는 자국민 보호를 위해 쿠웨이트 파견을 전면 금지했다. 필리핀 정부는 2018년 쿠웨이트 정부와 체결한 가사도우미 인권 보호 협약을 위반한 점을 지적하며 주필리핀 쿠웨이트 대사관에 거세게 항의하였다. 가사도우미 인권 보호 협약은 휴게시간과 취침 시간을 보장하고, 여권압수를 금지하는 내용의 협약으로, 필리핀인 가사도우미 살해 사건은 이 협약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지 않음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2011년 가사도우미로 취업한 인도네시아 출신의 여성이 살인 혐의로 공개 참수되면서 유도요노 당시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사우디와 교류를 전격 중단 선언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송출을 유예하였다.
몸은 걸프에, 돈은 본국으로: 걸프 지역의 이주노동자와 송금 경제
하지만 고용주와 피고용자 간의 불평등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이주노동자들은 일을 할 수밖에 없다. 50여 년을 이어온 이주노동자들의 역사는 단순히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송금 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 이들의 송금이 본국에 두고 온 가족의 생계가 되고, 본국에도 외화 수입의 주요한 출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2018년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해외로 송금을 하는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로 약 400억 달러 이상이 해외로 송금되었고, UAE와 쿠웨이트가 각각 400억 달러, 약 150억 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은 돈이 유입되는 곳은 인도로, 걸프 국가의 전체 송금액 중 480억 달러가 인도로 보내졌으며, 이집트가 약 200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필리핀의 경우 100억 달러 가까이 송금이 되었는데, 이는 약 필리핀 국내총생산의 약 9.8%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개발도상국들의 입장에서는 GDP의 큰 부분을 걸프 국가에서 들어오는 송금액에 의존하다보니 해당 지역의 경기상황, 정치적 위기, 외국인 노동자 관련 정책 변동에 매우 취약한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이번 코로나의 대유행으로 인해 주요 노동력 송출국에서 경제 위기 확산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강제 귀국하거나, 해외 송금액이 줄 때 외화 수입도 감소하면서 본국의 경제 상황 악화와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해외 송금액은 2011년 이후 일부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걸프 각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노동인구의 자국민화 정책을 추진하고 저유가 장기화로 인해 재정수입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었다. 2015년에서 2019년까지 걸프 국가들의 연간 해외 송금액은 10만 달러 이상 하락했으며, 이들 국가 중 전체 해외송금액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해외 송금액이 각각 7.9%, 10.7% 이상 감소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대규모 건설프로젝트 등이 중단되면서 해외 송금액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지만, 지난 2021년까지 걸프 국가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해외 송금액은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일자리는 줄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직종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족에게 송금하는 돈을 더욱 늘리거나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특별히 시행되는 사회 보호 정책의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Ong, 2022).
하지만 코로나의 확산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처우는 더욱 악화되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고 코로나에 걸려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부당 해고를 당하거나 건강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는 등의 상황에 노출되었다.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에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 강화가 필요한 때
카타르 월드컵과 코로나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며 걸프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문제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 글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역사와 처우 개선 문제에서부터 정책적인 측면을 다루며 걸프 내의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 알아보았다.
비록 오랫동안 이어져 온 상황은 비관적이지만, 이주노동자를 수용하는 국가의 정책과 국제사회의 관심은 느리지만 서서히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3년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10개 국가와 국제이주기구(IOM, International Organisation for Migration)가 이주노동자들의 고용과 관리를 위한 권고안을 만드는 아시아 지역 협력 정책인 ‘콜롬보 프로세스’를 발표하였다.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중국을 비롯하여 네팔과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스리랑카 등이 주요 회원국이다. 한국과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역시 옵서버 국가로 가입하여 활동 중이다. 중동의 이주노동자 인권운동 단체인 ‘마이그런트 라이츠(Migrant-Rights)’ 역시 2007년 창설 이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들 단체는 온라인/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노동자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법률 자문을 돕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걸프 국가 내에서의 이주노동자들의 자체적인 노동조합 형성이나 부당한 처우에 대한 시위 등의 움직임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자칫하면 일자리를 잃거나 심각한 경우 추방에 대한 직접적인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부와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현재 시행된 정책이 최종적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외부시차’라고 한다. 카팔라 제도의 폐지나 노동자들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주문해도 완전한 제도로 정착하여 실제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미다. 비록 이주 노동자들과 관련된 환경들이 다소 느리게 바뀌고 있지만,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소개
이수진(soojin0323@hufs.ac.kr)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전임 강사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강사, 서울여자대학교 연계전공 국제관계학부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걸프 왕정과 정치 체제, GCC와 지역 안보, 걸프 국가들의 정치적 관계, 카타르의 스포츠 외교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으며 논문으로는 “지정학적 환경 변화와 걸프 주요국의 안보 탈미화(脫美化)” 『한국중동학회논총』 (43권 2호, 2022)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카타르의 외교 정책의 역할” 『한국이슬람학회논총』 (32권 2호, 2022),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동의 역내외 질서 재편과 인터메스틱 도전: 걸프 왕정과 지역안보” 『한국중동학회논총』 (42권 2호, 2021), “중동의 국제관계” (번역) 『미래앤』 (2021) 등이 있다.
1) 카타르의 청년층 실업률은 2016년 기준 0.3%,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22%, 오만의 경우 41.3%를 기록하였다. 청년층의 인구 규모를 감안해도 카타르의 청년층 실업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2) 바레인의 경우 2020~2021년 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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