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젊은이들의 결혼문화는 과거 전통과 관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다. 여전히 가족 중심적이고 체면을 중시하여 본인들의 형편보다 조금은 무리하여 결혼식을 열며 결혼의 과정에 있어 청혼, 약혼식, 결혼식 전야행사, 공식적인 결혼식, 이슬람식 결혼식, 피로연 등 세세한 과정을 자신들만의 식으로 지키려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남자 중심의 보수적이었던 결혼의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과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남성과 함께하는 자유로운 분위기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규범화된 결혼 과정에 자신들만의 색을 입혀 정숙하면서도 축제와 같은 터키 젊은이들만의 독특한 결혼문화를 알아보았다.

한하은(서울대학교)


이슬람 그리고 연애와 결혼

터키는 국민 99%가 이슬람을 믿는 이슬람 국가이다. 이슬람이라는 종교는 정치·경제·사회·종교·문화 등 개인으로나 집단으로나 완전한 삶의 질서와 체계를 요구하기 때문에 인생의 중요한 통과의례인 결혼도 예외 없이 이슬람의 절대적 영향 아래 지배받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슬람은 결혼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우선 종교적으로 결혼은 신이 맺어 주는 만남으로 보기 때문에 ‘신의 이름으로 결혼을 한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결혼을 무슬림들의 종교적 의무로 여겨 결혼을 해야 종교의 반을 이행했다고 간주한다. 결혼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믿을 정도이다. 사회적으로 이슬람이 결혼에 주는 의미는 결혼을 통해 신랑과 신부가 완전한 성인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인데 이슬람에서 독신자는 불완전한 사회적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결혼은 신랑과 신부 개인의 만남뿐 아니라 양가가 가까워지고 친척 관계가 형성되므로 사회적 결속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보아 개인의 일이기보다는 가문의 일로 간주한다. 마지막으로 이슬람에서 결혼에 주는 의미는 도덕적인 것인데 이슬람 사회에서는 혼인 관계 안에서만 성관계를 허용한다. 결혼을 통해서 간음과 간통과 같은 부도덕한 일을 방지할 수 있다고 이슬람 교리는 가르치고 있다.

위의 결혼과 관련된 다양한 의미는 이슬람의 명예·수치 문화1)를 해석할 수 있게 하는데 무거운 이슈로는, 여성의 혼전 순결이 한 가문의 명예와 수치의 정도를 측정하는 척도가 되어 순결을 잃은 여성은 가족의 남자에게 명예살인을 당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배우자를 선택하고 결혼식을 하는 과정에서 본인들의 의견보다는 가문의 체면을 중시하여 무리하게 진행하는 모습도 그들의 명예·수치 문화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슬람에서의 결혼의 의미가 중요한 만큼 남녀와 그 가족은 매우 신중하게 배우자를 선택한다. 배우자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요인은 교육 수준, 경제적 능력, 직업, 외모, 종교심, 가정환경 등을 들 수 있고 배우자를 선택하는 방법은 주로 세 가지인데 첫째, 중매결혼, 둘째, 부모가 권하고 이에 대해 당사자가 동의하는 결혼, 셋째, 당사자의 선택과 부모의 동의를 받는 결혼이다. 배우자 선택에 있어 양가의 부모 특히 아버지의 적극적 개입은 이슬람 가부장제 문화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이슬람 전통문화에서는 가문의 번영을 위해 근친결혼이 빈번했으나 현재는 찾아보기 힘든 결혼 방법이 되었다. 터키에서도 ‘말에 탄 신부의 길은 오직 사촌 오빠만이 막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근친혼이 많았지만 국가 차원에서 근친혼을 금지시키면서 현재 그 비율은 1% 이하로 떨어졌다.

 

터키 젊은이들의 연애

지금 도시의 터키 젊은이들은 위의 이슬람 전통에서 말하는 것처럼 배우자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터키 젊은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의 데이트 문화가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경우가 많고 친구를 통해 소개받거나 인터넷에서 친구를 맺어 만나는 경우도 요즘 꽤 많다고 들었다. 혼기가 차면 부모님의 소개로 배우자감을 만나 진지하게 결혼 상대로 고민하며 교제하기도 하는데 중요한 것은 결혼 전 이성 교제가 자연스럽고 상대와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이슬람식 보수화된 사고에서 벗어나 편한 연애를 하는 것이 현재 도시 터키 젊은이들의 트렌드이다. 분위기 좋은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하고 서구의 발렌타인 데이를 기억하여 기념일로 지키는데 초콜릿 대신에 터키 전통 디저트 ‘로쿰(Lokum)’2)을 서로 나누기도 한다. 특이점은 데이트 할 때 남성이 비용을 지불하기 원하는 남성 중심의 데이트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데이트 문화에 남성과 여성에게 여전히 다른 이중 잣대가 적용되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결혼 전 여러 남성과 교제한 여성은 배우자감으로 선호되지 않지만 반대로 교제 경험이 많은 남성은 여성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고 동료들에게는 오히려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숨기는 것을 미덕으로 하고 자신을 데이트하기 어려운 여성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쉽게 데이트를 허락하지 않는 등 이슬람 사회의 이중 잣대에 맞추는 노력을 한다. 위와 같은 보수화된 생각과 행동은 이슬람 사회뿐 아니라 유교와 기독교 문화에서도 존재하는 것으로 이슬람이란 종교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제는 터키에서만 볼 수 있는 규범화된 결혼 과정을 통해 터키 젊은이들의 결혼이 이슬람과 밀접하며 자신들의 터키 전통문화를 지켜주는 방편이 됨을 밝히고자 한다.

 

터키 젊은이들의 청혼약혼 그리고 결혼

청혼 그리고 약혼

결혼 상대가 결정되면 남자 편에서 여자 측 집에 방문할 시간을 요청하고 시간이 정해지면 여자 집에 공식적으로 방문하여 청혼을 한다. 시간은 대개 저녁 식사 후로 여자 측에서 다과를 대접하는 과정에서 청혼이 이루어지고 축하하는 시간을 갖는다. ‘릴스(Reels)’라는 세계 젊은이들이 참여하는 SNS의 짧은 동영상에는 터키 젊은이들의 청혼 과정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그만큼 터키 젊은이들은 청혼을 전통처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짧은 영상에서 여자는 집 안 현관 앞에서 흥분된 모습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면 남자가 꽃다발 한 아름을 안고 들어와 기다리던 여성에게 꽃을 전달한다. 서로 기쁜 마음이 가득한 거 같은데 영상에서는 하나같이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멋쩍게 꽃을 받는데 이는 가족들 앞에서 쑥스럽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한 모습으로 보인다. 남자는 장모가 될 분에게 그리고 신부의 여자 가족들에게는 조그마한 꽃다발을 전달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장모가 될 분에게도 신부에게 만큼 큰 꽃다발을 전달하기도 한다. 남자는 꽃뿐 아니라 달콤한 초콜릿과 사탕을 선물로 준비하여 전달한다. 집안으로 들어온 남자 뒤쪽으로 남자 쪽 가족들이 줄지어 들어오는데 집안에서 기다리던 여자 쪽 가족들이 반갑게 그들을 맞이한다. 지금 터키에서는 이 모습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이 큰 유행인 듯싶다.

다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자는 ‘터키 커피(Türk Kahvesi)’3)를 직접 끓여서 대접하는데 터키 커피는 손이 많이 가는 음료라 이것으로 신부가 될 사람의 솜씨를 가늠하는 것이라 한다. 여자는 터키 커피를 끓이는 데 자신이 없어도 설탕을 많이 넣어 단 커피를 만들면 이 남자와 꼭 결혼하고 싶다는 의미라고 한다. 반면 커피에 소금이나 후추를 넣으면 청혼을 거절한다는 의미인데 이미 결혼을 약속한 청혼 행사이기 때문에 소금이나 후추를 넣어 신랑에게 대접하면 놀라게 하려는 장난으로 여겨진다. 다과를 나누며 남자 가족의 대표가 ‘알라의 명령과 예언자의 뜻에 따라 청혼을 합니다.’라고 발표하면 여자 가족의 대표가 ‘아이들은 서로 사랑하므로 허락하며, 축하한다.’는 말로 청혼을 받아들인다. 당사자들은 참석한 어른들의 손에 입을 맞추며 인사하고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다과를 나누며 양가는 약혼과 결혼 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청혼이 승낙된 후 남자 가족은 1주일에서 열흘 사이에 여자 측 가족을 초청하고 대접을 하면서 양가의 왕래를 시작한다. 실제로 전통적인 청혼은 신랑과 신랑의 아버지 그리고 가까운 남자 친척들만 여자 집에 방문을 하게 되고 신부될 여자는 부엌에서 터키 커피를 끓이고 여자 형제들끼리 모여 신랑을 몰래 힐끔힐끔 쳐다보며 수줍게 이야기 나누는 식이었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지금의 터키 젊은이들의 청혼은 보수적인 성역할과 규범에서 많이 자유로워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청혼의 주체가 본인이 아니라 예비 신랑과 신부의 아버지인 점은 주목해 볼 만하다.

양가는 정해진 날에 ‘약혼식(니샨 메라시미: Nişan Merasimi)’을 거행한다. 약혼식은 양가 가족 간의 간소한 예식으로 치르기도 하고 손님을 초청해서 성대하게도 하는데 결정은 양가의 의견에 달려있지만 약혼식 비용은 대체로 여자 측에서 부담한다. 대신 약혼반지 비용은 일반적으로 공동으로 부담하는데 반지는 주로 금반지이며 반지 안쪽에 상대방의 이름과 약혼식 날짜를 새겨 넣는다. 남자 측은 약혼식에 참여할 때 약혼반지 외에 신부에게 줄 패물과 옷가지 등을 준비하여 가져오는데 예물함에 잘 넣어 전달한다. 선물은 예비신부뿐 아니라 신부의 어머니와 형제들을 위해서도 다양하게 준비하여 들고 온다. 원래는 여자 집에 숫양을 장식해서 선물로 보내는데 도시에서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약혼식에서 남녀는 함께 앉아 있다가 여자의 가까운 친구나 친척이 반지를 담은 은쟁반을 가져오면 일어나는데 약혼반지는 빨간 리본 끈으로 묶여져 있다. 가족 가운데 대표가 축사를 하고 축사가 마치면 끈으로 묶여진 반지를 약지 손가락에 서로 끼워주고 리본을 자르게 된다. 참석자들은 박수를 치거나 볼에 입을 맞추고 ‘행복하길(하이를르 올순: Hayırlı olsun, 우우루 올순: Uğurlu olsun, 메숫 올순: Mesut olsun)’이라는 축복의 메시지를 반복하며 축하한다. 전통적으로 어른들은 이들을 위해 이슬람식 기도를 한다.

드디어 결혼

터키에서의 결혼은 법으로 인정받는 현대 결혼식(공식적인 결혼식)과 전통 결혼식(이슬람식 결혼식)이 있는데 둘 다 치르는 경우가 90%에 이를 정도로 두 결혼식을 결혼 과정의 의무로 터키인들이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개 터키 결혼식은 주말에 많이 열리는데 지역에 따라 짧게는 이틀, 길게는 일주일 내내 결혼식 축하연을 하는 곳도 있다. 터키의 결혼은 개인을 넘어 친족과 마을 잔치가 되어 체면 문화를 세우고 품앗이(축의금)로서의 기능을 충족시켜 규범화된 결혼문화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해가 긴 7월 8월 한여름이 터키 결혼 시즌으로 이때 라마단(Ramazan)이나 희생절(Kurban Bayramı) 같은 이슬람 절기가 있으면 결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1년 중 결혼을 하는 날은 무더운 여름철 짧은 기간에 집중된 셈이다. 터키 정부가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봉쇄조치를 2020년 6월 1일부로 해제한 이유도 터키 젊은이들의 결혼이 여름 시즌에 있기 때문이었다.

결혼 전날, 신부는 친구들과 친척들을 초대하고 자신의 손에 헤나를 물들인다. 신랑 쪽에서 보낸 붉은색의 헤나를 사용하는데 붉은 헤나는 악귀를 떨쳐낸다는 믿음이 있어 의식처럼 행한다. 신부는 슬픔을 상징하는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부모와 떨어져야 하는 맘을 표현하는데 신부의 마음과는 정반대로 ‘헤나의 밤(크나 게제씨: Kına gecesi)’은 맛있는 음식과 밴드의 음악 그리고 함께 모인 친구들의 춤과 노래로 신나는 파티 분위기이다. 결혼식 아침 신부의 아버지는 딸에게 ‘가이렛 쿠샤으(Gayret Kuşağı)’라는 띠를 허리에 감아주면서 ‘지금까지의 네 명예와 지조는 내게 맡겨져 있었지만, 지금부터는 네 남편에게 맡겨진다. 처신을 잘하고 말조심을 하여라.’라고 권고한다. 가이렛 쿠샤으는 전통적으로는 금과 은 같은 귀금속으로 장식된 띠였으나 현재는 붉은 리본으로 대체되었다.

꽃으로 장식된 결혼식 차량
출처: Wikimedia Commons

신랑·신부의 친구들은 수십 대 차량에 흰색 손수건과 꽃을 달고 경적을 울리며 요란하게 카퍼레이드를 하는데 신부를 위한 차라는 뜻으로 ‘겔린 아라바스(Gelin Arabası)’라고 한다. 최신형 승용차에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시내버스, 트랙터, 경운기, 올드카까지 다양한 차들의 퍼레이드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정겹게 보인다. 또한 터키 결혼식에 빠질 수 없는 밴드는 색소폰, 클라리넷, 트럼펫, 심벌즈 등으로 이루어져 흥을 돋우는데 신부의 집 앞에서부터 피로연이 끝나기까지 함께한다.

결혼식은 공식적인 결혼식을 하고 뒤이어 이슬람식 결혼식을 하는데 공식적인 결혼식을 ‘니카흐(Nikâh)’라고 부른다. 신부와 신랑 그리고 각각의 1명의 증인과 함께 자신들이 거주하게 될 관할 지자체에 속한 혼인 사무소에 가서 ‘혼인담당 공무원(니카흐 메무르: Nikâh Memuru)’의 주도 아래 서약과 서명을 하면 법적으로 부부가 되는 예식이다. 이렇듯 혼인 사무소에 가서 예식을 하는 경우도 있고 니카흐 메무르가 결혼식장에 출장을 와서 전통 결혼식 전 예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공식적인 결혼식이 끝나면 바로 니카흐 메무르는 신혼부부에게 결혼신고서를 발급해 주는데 원칙적으로 결혼신고서가 없으면 이슬람식 결혼식을 할 수 없다. 세속주의 국가인 터키는 일부다처제를 막기 위해 공식적인 결혼식과 함께 결혼신고서를 발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식 결혼식은 이맘의 주례로 이루어지고 이슬람법에 따라 신부에게 지급되는 지참금을 이맘이 확인해 준다. 양가가 이에 동의하고 신랑과 신부의 답변을 듣고 이들이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하고 기도로 결혼식을 마친다. 이 예식에는 신랑과 신부의 가까운 가족과 증인이 참석하여 축하해준다.

공식적인 결혼식과 이슬람식 결혼식이 마치면 피로연을 여는데 대게 주말 저녁 8시에서 자정까지 이어진다. 밴드는 댄스와 발라드를 아우르는 음악을 연주하고 이에 맞춰 신랑과 신부는 물론 아이들까지 모든 하객들이 춤을 추는데 결혼식 자체가 축제이다. 신랑과 신부의 목에는 두꺼운 흰 리본과 빨간 리본을 걸고 있는데 부모님으로부터 시작해 하객 한 사람 한 사람 줄을 서서 그 리본에 금과 돈을 달아준다. 금과 돈으로 가득한 리본을 목에 걸고 신랑과 신부는 하객들과 함께 자신들의 밤을 즐긴다.

돈으로 장식된 리본을 두른 신랑과 빨간 리본을 두른 신부
출처: alamy

피로연이 끝나고 신랑과 신부가 첫날밤을 지내기 위해 떠날 때 신랑 친구들은 신랑의 등을 두들기며 환호성을 지르는데 터키 민속학에 따르면 신랑을 뒤집어 놓고 발바닥을 쳤던 것에 유래한다 하니 우리 민족과 언어뿌리를 공유하는 우랄알타이 어족의 공통된 관습이지 아닐까 한다. 터키에서 신혼여행은 전통적 관습으로 여기지 않지만, 터키 젊은이들은 신혼여행을 많이 선호한다고 한다.

피로연과 신혼여행을 마친 신혼부부는 신혼살림을 도와준 양가 부모님과 친척들을 집으로 초청하여 인사하고 방문하면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직접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서면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결혼식 전에 살림집과 살림을 준비하는데 터키어로 ‘결혼(evlenme)’은 집이라는 명사 ‘ev’에 명사를 만드는 어미 ‘-lenme’를 넣어 가정을 이루는 것, 집을 가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남자 측은 집과 거실, 부엌 가구와 가전을 여자 측은 침실 가구만을 준비하면 된다. 남자 쪽 부담이 크기 때문에 요즘은 형편에 따라 여자 쪽도 함께 비용을 내기도 한다. 신부 예복은 신랑 어머니와 신부 어머니 그리고 신부가 함께 구입하는데 예복이나 예복을 맞출 옷감 위에 신랑의 어머니가 돈이나 사탕을 던지거나 옷핀으로 붙여주는데 이는 신혼부부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바라는 뜻이다. 살림집에 가구를 들이기 전 여자 쪽은 먼저 꾸란, 거울, 초, 쌀과 밀 한 자루, 설탕 등을 가져다 놓는데 꾸란은 신의 가호를, 거울은 기쁨을, 초는 빛을, 쌀과 밀은 축복을, 설탕은 건강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터키 젊은이들의 결혼 과정을 살펴보니 세속주의 국가 이념과 이슬람 문화 그리고 자신들만의 전통과 관습이 잘 어우러져 이어져 내려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규범화된 결혼 과정에 자신들만의 색을 입혀 정숙하면서도 축제와 같은 터키 젊은이들만의 독특한 결혼문화를 알아보았다.

 

저자소개

한하은(elifhan@hanmail.net)
한국외국어대학교 터키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국제관계학과에서 중동의 정치와 사회문화를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서아시아센터 공동연구원으로 있으며, 터키의 정치 이슬람과 터키의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터키에서 정치 이슬람과 히잡 착용 관계 연구: 에르도안 대통령 선출 이후, 여성운동가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To veil or not to veil: Turkish and Iranian hijab policies and the struggle for recognition」, 「여성문제로 본 터키와 이집트의 정치 이슬람: 베일문제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1) 중동 이슬람 지역은 개인 및 개인이 속한 공동체의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권에 속한다. 체면은 명예와 수치의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명예를 얻기 위해 구성원들은 자신의 행동을 그 사회에 존재하는 이상적인 기준과 비교, 평가하여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애쓰고 동시에 사회의 기대에 벗어난 행위를 하는 사람은 명예가 실추되고, 수치심을 겪을뿐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의 비난을 사기도하기 때문에 늘 조심하며 경계하는 문화이다. 실추된 명예의 회복은 목숨 값으로 지불해야 한다고 여길 정도로 매우 심각하게 명예와 수치를 생각하는 문화이다.

2) 로쿰(Lokum)은 설탕에 전분과 견과류(호두, 피스타치오, 아몬드, 헤이즐럿, 코코넛)를 더해 만든 터키의 과자이다. 발칸반도, 그리스 등지에도 알려져 있는데 영어로는 터키시 딜라이트(Turkish delight)라고 한다.

3) 터키커피(Türk Kahvesi)는 커피콩을 볶고 잘게 간 후에 제즈베(Cezve)라는 커피 주전자에 직접 끓여낸다. 커피가루의 양, 설탕의 양, 물의 양, 불의 세기나 끓이는 시간 등 수많은 변수로 인하여 터키커피는 그 맛이 무척 다양하고 또 어려워서 커피를 잘 끓이는 사람은 장인의 대접을 받는다고도 한다.

 


참고문헌

  • 김대성, 『터키 들여다보기』,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06.
  • 엄익란, 『이슬람의 결혼문화와 젠더』, 한울 아카데미, 2007.
  • 조희선, 『무슬림 여성』, 명지대학교 출판부, 2005.
  • “코로나19, 한여름 터키 결혼식 문화도 식게 만들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임병인, 2020.08.15. [등록일]
  • http://kofice.or.kr/c30correspondent/c30_correspondent_02_view.asp?seq=18820 2022.02.21. [접속일]
  • “[세계의 결혼]⑫터키-청혼 거절할 때는 커피에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라!”, 레이디경향, 이유진, 2005.09월호
  • http://lady.khan.co.kr/khlady.html?mode=view&code=10&artid=6785 2022.02.21. [접속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