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정치체제는 이슬람 신정공화제로, 이슬람법에 의해 통치가 이루어지나 선거를 통해 대통령도 선출하는 독특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종교지도자인 최고지도자는 대통령보다 큰 권한을 갖고 있으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라고 하는, 정규군과 분리된 별도의 군사조직의 비호를 받고 있다.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이란 정권은 IRGC에 정권의 생존을 의존하는 한편 정치, 경제적 이권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IRGC의 정치, 경제적 영향력 확대는 우려할 수준으로, 그 폐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김은비(국방대학교)
IRGC, 최고지도자의 충실한 전사들
2010년 12월 위키리크스의 폭로에 따르면 2009년 6월 당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이하 IRGC) 총사령관인 모함마드 알리 자파리가 이란 대통령이었던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의 뺨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대통령이 “언론 자유를 확대해야 할 것 같다”며 혼잣말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어떤 국가에서도 쉽게 벌어질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란의 독특한 이중 권력구조, IRGC의 설립 배경, 그리고 IRGC의 이란 내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이와 같은 일이 불가능한 일도 아님을 알 수 있다.
현재 이란의 정치체제는 이슬람 신정공화제(혹은 이슬람 법정체제)이다. 이슬람법에 의해 통치가 이루어지고 이슬람법이 정치, 사회 저변에 기준으로 적용되는 ‘신정/(이슬람)법정체제’를 기본으로 하되, 국민들의 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공화정(대통령제)’을 동시에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1979년 이슬람혁명을 통해 왕정을 물리치고 탄생한 이 제도하에서 국가의 통치는 최고지도자라고 부르는 종교지도자와 정치지도자인 대통령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란의 대통령은 국민들의 선거를 통해 선출되었다는 강력한 정치적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최고지도자보다 낮거나 약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최고지도자는 국군통수권을 비롯하여 대통령의 임면권, 외교권 등 중요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이중 권력구조는 이슬람법에 의한 통치가 이란 정치체제의 기반이자 이슬람혁명의 핵심이며, 이슬람 혁명 정신은 수호되어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이다.
최고지도자와 이슬람법학자들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이슬람혁명 수호라는 이념적 의무를 지니고 있다면, 이슬람혁명 수호의 물리적 힘은 이슬람혁명수비대(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 IRGC)가 가지고 있다. IRGC는 이란의 정규군(Artesh)과 구별되는 부대로, 1979년 5월 이슬람혁명 이후 국내외의 위협으로부터 혁명정부를 지키기 위해, 즉 정규군을 견제하고 쿠데타를 막기 위해 이슬람혁명 이후 권력의 최정점에 있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Ruhollah Khomeini)가 창설한 군사조직이다. 정규군이 일반적인 국가의 군대처럼 영토 방어라는 핵심 존재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IRGC는 이란의 신정체제를 지킨다는 조금 더 모호하면서도, 명확히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존재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에 이란 국민들 역시 영토를 수호하는 것은 정규군이고 IRGC는 정권과 성직자를 보위하는 집단이라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IRGC는 이슬람혁명 정신의 유지/보호에 덧붙여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정권의 생존을 위해 최전선에서 싸우는 조직으로서 발전했다. 그리고 이란 정권은 IRGC에 대한 정치, 경제적 이권 제공을 통해 충성을 유도하였다.
이란 정권과 IRGC가 정권의 생존 보장과 정치경제적 이득이라는 공유된 이권을 누리는 사이, 최고지도자는 연로해지고, IRGC는 점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란은 민주 공화정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형태의 독재국가로 인식되고 있는 형편이다. 과연 정권은 점점 대담해지고 있고 IRGC의 활동은 더더욱 강경하고, 과감해지는 모양새이다. 국제사회는 2021년 초 IRGC의 우리나라 화학 운반선인 한국케미호에 대한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의 나포를 포함하여, 미사일 발사 훈련, 미사일 보관 창고공개, 핵 농축 한도 인상 등의 사건을 목도하였다. IRGC의 이러한 호전적인 모습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를 자극하고 있고, 이는 IRGC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이란 ‘정부’는 물론이고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핵심 ‘정권’의 통제에서도 벗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로 이어졌다.
작지만 강한 군대, 이란 혁명의 수호자
IRGC와 정규군은 모두 육해공군을 가지고 있다. 또한 경찰(NAJA)과 함께 (군통수권자인 최고지도자의 직접 지휘를 받는) 군참모총장으로부터 활동, 훈련, 군수 관련 통제를 받는다. IRGC에는 육해공군 외에도 민병대인 바시즈, 그리고 해외업무를 담당하는 쿠드스군이 편성되어 있다. 특히 바시즈는 종교와 혁명 이데올로기에 심취한,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지원병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IRGC의 독립적인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가 2008년 IRGC 육군으로 편입되었다. IRGC는 13만 명의 간부(장교 및 부사관)와 바시즈 민병대 출신의 5만 명 병사 등 자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2만 5천~13만 명 정도의 병력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규군이 13만 명의 간부(장교 및 부사관)와 22만 명의 징집된 병사(18~24개월 복무) 등 총 35만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에 비교했을 때 정규군보다는 작은 규모임을 알 수 있다.
IRGC는 최초 창설 당시 정규군에 비해 규모는 물론 무장력 측면에서도 열세로 출발하였다. 그로 인해 이슬람혁명 직후 발발한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는 정규군의 보조적인 역할만 수행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성직자들의 강력한 지지 하에 1985년 이후 급격히 성장하여 육, 해, 공군을 모두 갖춘 군대로 발돋움해 정규군과 경쟁구도를 이어나가게 되었다. 그러던 중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을 겪으면서 이슬람 정권 생존에 큰 위협을 느낀 IRGC는 미사일 프로그램과 비대칭적 해군전략을 개발하고, 쿠드스군을 통해 준군사조직을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대칭 전략을 입안하는 등 이슬람 정권을 보위하는 존재로서 입지를 강화하였다. 또한 국내 반정부세력에 대한 진압 임무를 맡아 그간 여러 차례의 이란 내 시위를 진압해냄으로써 정권 안보의 초석으로서 더욱 신뢰를 얻게 되었다.
국내외의 위협으로부터 이슬람혁명 정신을 수호한다는 IRGC의 임무는 개별 구성원의 정권에 대한 높은 수준의 충성심과 사명감을 요구한다. 실제로 IRGC는 정규군 및 다른 비정규 군사 조직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IRGC는 정규군과는 달리 징병이 아닌 오직 자원으로 모집하고 있다. 모집된 인원들은 이념적으로 투철한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성직자들에게 철저히 호의적인 자들로, 이 중 많은 이들은 심지어 무보수로 복무하고 있다. 성직자들은 이러한 IRGC의 충성심을 활용하면서 이권을 주고받는 상호 보완적 관계로 발전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IRGC 고위급 장교는 정규군 장교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군부와 정부 사이의 희미한 경계: 이란 정치의 숨은 실세로 군림하는 IRGC
IRGC의 창설목적과 임무, 구성상의 특징은 이란의 정치구조적 특정과 맞물려 IRGC의 국내 정치상 영향력의 확대를 촉진하고 있다. 게다가 정권의 생존을 위해 정권이 IRGC에 의존성을 높여가자 이란 정권은 점점 IRGC의 활동을 온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현상은 그간 각 정부(대통령)의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였으나 점차 IRGC 조직의 확대 및 정비, IRGC 출신 인사들의 정치 개입, 구체적으로는 주요 직위에의 진출로 현실화 되고 있다.
이슬람공화국의 건설 초기에는 사실 군의 정치개입이 활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혁명 초기 혼란스러운 국내 사정은 호메이니에 대한 높은 지지도, 국민들의 혁명 정신 수호에 대한 충성심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1989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나고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사망하면서, 그리고 새로운 최고지도자로 전 대통령이었던 하메네이(Ali Khamenei, 대통령 재임 1981~1989)가 들어서면서 IRGC는 권력의 핵심 기반이자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하였다. IRGC의 정치개입은 특히 하타미(Mohammad Khatami, 1997–2005) 대통령 임기 후반기부터 활성화되었다. 2003년부터 IRGC 출신 인사들이 지방의회 선거에서 대거 당선되었고, 2004년에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IRGC 출신 퇴역 장교들이 대거 입각하면서 정치력을 신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IRGC 출신인 아흐마디네자드(Mahmoud Ahmadinejad, 2005- 2013) 대통령 집권기에는 IRGC 출신 인사들의 고위직 진출이 두드러졌다. 각료의 거의 절반, 그리고 대통령 지명하는 30개 지방 주지사의 1/3이 IRGC 출신으로 채워졌다. 290석의 국회의원 중 80석, 그리고 국회 대변인까지 전직 IRGC 출신이었다. 특히 각 부처 중간 관리급 공무원, 행정부 요직에도 상당수 IRGC 출신 인사들이 채워지면서 IRGC의 정치적 개입이 노골화되었다.
IRGC의 정치적 개입은 2005년 아흐마디네자드의 대통령 취임 이후 강화된 데 이어 그가 2009년 재선되면서 더욱 견고해졌다. IRGC는 2009년 아흐마디네자드의 재선과 이후 국정에 큰 도움을 주었는데, 아흐마디네자드의 경쟁자인 전 대통령 하타미와 전 총리 모사비와 같은 개혁주의자들을 더이상 용인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는가 하면, 2009년 대선 이후 한 달 이상 지속되었던 민중 시위를 제압함으로써 내부 안정을 위해 적극 개입한다는 IRGC의 정치적 역할을 돋보이게 하였다. 로하니(Hassan Rouhani, 2013 – 2021)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IRGC 출신 인사들의 정치 개입, 주요 직책 보직이 계속되면서 IRGC의 정치적 역할과 군 조직의 확대가 이루어졌다. 로하니는 취임 이후 IRGC를 민간의 통제하에 두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내각 내에 IRGC 출신 인물을 급격히 줄였다. 그러나 미국의 이란 핵협정(포괄적 공동행동계획, JCPOA) 파기 이후 온건 협상파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IRGC를 비롯한 강경파에 큰 힘이 실리게 되었다. 그 결과 보수파는 2020년 2월 이란의 총선에서는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전체 290석 중 230석을 차지하며 압승하였다. 특히 IRGC 출신의 강성 인사가 국회의장을 맡게 되었고, 전 IRGC 공군 사령관인 갈리바프(Mohammad Bagher Ghalibaf)가 테헤란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되기도 하였다.
이에 더하여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IRGC가 ‘킹메이커’로서 부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는 온건/중도파에서 이렇다 할 후보를 내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헌법수호위원회의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결국 당선된—강경파 후보였던 라이시(Ebrahim Raisi)의 경쟁 후보들이 모두 탈락하였다. 라이시는 IRGC와 강한 연대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회의 부의장이었으며 후보 등록 당시 사법부장이었다. 이란의 정치 체제상 대선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IRGC가 장악하고 있는 이란 헌법수호위원회의 후보자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IRGC가 지지하고 승인하는 후보자가 차기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IRGC에 충성하는 인사들로 꾸려졌을 경우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사후 이란이 군사 독재국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고령의 최고지도자 후계자 인선 과정에서도 IRGC의 정치력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후계 최고지도자 인선 문제에 IRGC가 개입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몇몇 학자들이 주장한 바 있다. 저자에 따르면 IRGC는 그들이 보유한 경제, 정치, 군사력을 동원하여 대중의 지지를 얻고, 정권에 반하는 민간 과학기술 엘리트들을 소외시키며, 후계 최고지도자를 발굴하고 지지할 것이다. 그로써 그 후계자가 누가 되었든 간에 IRGC의 신임을 받는 미래 “이슬람 혁명의 지도자”는 향후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IRGC의 영향을 받을 것이며 IRGC와 권력을 나누어 갖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8월 5일 대통령으로 취임한 라이시는 후보 시절부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최고지도자 후보로 지목되기도 하였다.
군복을 입은 사업가들: IRGC의 경제 제국
IRGC는 정치적으로 요직을 차지하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한 것에 더해, 이란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이권을 누리고 있다. 정확히 알 수 없으나 IRGC는 이란 국내 총생산(GDP)의 6분의 1에서 많게는 3분의 2까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한다. 사실 군부에 경제적 이권을 부여함으로써 군을 ‘매수’하고 합법적 무력집단인 군으로부터 정권에 대한 지지를 추구하는 것은 전형적인 권위주의 국가의 쿠데타 방지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권위주의 정권과 군이 결탁함으로써 정권의 안보를 지켜내고, 군 역시 기존의 이권과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IRGC의 경제 영역에 대한 개입은 사실 이란 헌법 제147조를 통해 보장되고 있다. 해당 법 조항에는 평화시기에 정부는 구호활동, 교육 및 생산적 목적, 재건을 위해 군 인력과 장비를 활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상 IRGC의 경제활동 범위를 불명확하고 방대하게 규정해 놓음으로써 사실상 정부의 통제를 어렵게 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법률적 근거 하에서 이란-이라크전쟁으로 전쟁 후 국가의 재건이 필요했던 이란으로서는 참전 IRGC 요원들의 국가 재건사업 참여와 경제적 기회의 마련 제공에 대한 필요성이 부상하였다. 이에 라프산자니 대통령 재임기간(1989-1997) 동안 IRGC는 다양한 경제 분야에서 그 역할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특히 1989년 최고지도자 호메이니 사후 IRGC에 대한 경제적 이권 부여는 큰 탄력을 받게 되었다. 최고지도자 사후 IRGC 감독하에 있는 많은 다양한 회사들이 하탐 알-안비아 또는 고르바(Ghorba)라는 회사로 합병되면서 고르바가 이후 건설, 탄화수소, 통신 등 이란 주요 산업을 위한 최고의 공공개발사업 수주회사가 된 것이다. 고르바는 이란-이라크 전쟁 기간에 재건사업을 위해 설립된 이래 사업영역을 넓혀가던 중이었으며 이러한 조처로 이 회사 출신 인사들이 정부 주요 직책에 임명되기도 하였다.
이후 IRGC 출신인 아흐마디네자드가 대통령이 된 이후 IRGC의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 이권은 더욱 확대되었다. 그의 대통령 재임 중에는 정부 소유 기업들의 민영화가 시작되었는데, 이때 IRGC가 경제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체 기업도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IRGC 산하 및 연관 기업들은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이들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음으로써 IRGC의 재정적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또한 IRGC는 석유와 가스 관련 계약을 통해 250억 달러의 이득을 보기도 하였으며 석유부(Ministry of Petroleum)는 Ghorba와 70억 달러의 무경쟁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였다. IRGC는 현재 에너지에서 건설, 통신, 자동차 제조, 심지어 은행과 금융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경제 분야를 지배하고 있다. IRGC 공병이 전후 이란의 사회 기반 시설을 재건한 데 이어, IRGC 예비역들까지 정부 프로젝트에 동원되고 있다. IRGC는 국가적 대규모 프로젝트의 계약을 체결하거나 밀수를 통해 이득을 많이 얻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IRGC는 각종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면서 정부 보조금을 받거나 영리활동을 함으로써 이권을 가져가기도 한다. 순교자 및 퇴역군인 재단, 피억압자와 장애인 재단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피억압자와 장애인 재단은 이란 국영석유회사(National Iran Oil Company) 다음으로 큰 자산규모를 가지고 있는 재단으로서, IRGC가 직접 운영하지는 않지만 최고지도자의 통제를 받고 있다.
이란의 수많은 비공식 자금원을 생각했을 때 국방비 지출의 실제 규모와 범위를 정확히 추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란 정권은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IRGC 배정 예산을 늘린다든가, 국방예산 가운데서 정규군과 달리 IRGC 할당 예산을 증가하는 방법 등을 활용하여 IRGC를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란은 지속되는 경제난으로 국방예산을 줄이고 있는데, 2019년 국방예산으로는 이전 해 GDP의 약 6.1%에서 매우 축소된, GDP의 3.8%에 해당하는 금액 207억 달러를 할당하였다. 그런데 주목할 부분은 이 2019년 예산을 정규군보다 규모가 더 작은 IRGC에 29%를 할당하고, 정규군에는 12%를 할당함으로써 IRGC의 활동에 힘을 실어주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이란은 경제제재와 세계적 팬데믹으로 인해 2019/20 회계연도에 –7.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정권은 2020/2021년도 IRGC의 예산을 물가상승률을 뛰어넘는 60% 상승분으로 편성하였고, IRGC 산하 바시즈 민병대에도 전년 대비 약 1/3 증가한 금액의 예산을 배정하였다.
이란은 어디로 향하는가?
IRGC는 정치적 영역에서의 개입과 더불어 다수의 기업활동, 재단을 통한 지원금 수령, 예산 할당 등을 통해 이란 경제의 많은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고, 또한 이득을 얻고 있다. 이러한 IRGC의 활동은 국가 재정, 자원 분배 등에 있어 IRGC의 편의와 이권에 따른 정책 결정으로 이어지게 되므로 국민 생활의 불편과 불이익, 불공정을 수반한다. 그리고 군 본연의 임무, 특히 이슬람혁명에 대한 내외부의 도전을 막고자 한다는 IRGC의 창설목적을 달성하는데 제한을 준다. 그럼에도 이란의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정권은 IRGC에 정치적 개입을 허용하고 경제적 이권을 제공함으로써 정치, 경제적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였고, 반대급부로서 정권의 안보를 연장하는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IRGC가 보유한 이런 정치, 경제적 영향력은 이제 정권의 온전한 통제를 넘어선데다가 IRGC의 이권과 기득권을 스스로 보위하고 신임 대통령의 선출 과정은 물론, 최고지도자 인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확대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극복, 경제 회복, 핵협정 복원, 최고지도자 후계자 인선 등 산적한 문제들 앞에서 IRGC는 한국케미호 선박을 납치하였으며, 핵협정 재개를 위한 협상 움직임 와중에도 걸프해역 공해상에서 미군 군함에 근접 기동하고 경고사격을 주고받았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IRGC의 영향력을 확인 및 과시하면서 정부 정책을 군이 원하는 방식으로 끌고 가려는 모습으로 판단된다. 이에 한 학자는 이란이 신정공화국에서 군사독재국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IRGC의 영향력 강화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군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이란을 기대해본다.
*이 글은 김은비. “이란의 정권 안보: IRGC를 통한 군사화를 중심으로.” ?중동문제연구? 20권 2호, 2021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
저자소개
김은비(srain11@gmail.com)는
국방대학교 안보정책학과 부교수로, 현역 육군 장교이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정치학과에서 석사, University of Arizona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주로 중동 각국의 군사문제, 민군관계, 중동지역 분쟁, 정권안보 등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참고문헌
- 김은비. 2021. “이란의 정권 안보: IRGC를 통한 군사화를 중심으로.” 중동문제연구 20(2).
- 유흥태. 2015. “이란혁명수비대 권력 확장 연구,” ?전략지역심층연구 논문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이권형, 박재은, 박현도. 2012. “이란의 정치, 권력구조와 주요 정파별 경제정책,” ?전략지역심층연구 논문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Ali Alfoneh. 2018. Political Succession in the Islamic Republic of Iran: The Rise of the Revolutionary Guards, The Arab Gulf States Institute in Washington.
- Matthew McInnis. 2017. Building the Iranian military: Understanding Tehran’s defense acquisition and research and development decision-making,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10.
- Lutz, C. 2018. “Militarization,” The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Anthropology,
- Golkar, S. 2020. By Mobilizing to Fight Coronavirus, the IRGC Is Marginalizing the Government, The Washington Institute for Near East Poli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