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는 석유 중심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1980년대부터 자국의 지리적 이점과 석유 수출로 얻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략 산업을 육성해 왔다. 2000년대 들어 경제를 더욱 다각화하고자 다양한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공공 재원을 투입해왔지만 2010년 이후 GDP에서 비석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최근 코로나19에 의한 국제유가 하락과 재정 수입 감소, 항공, 관광업 등의 타격으로 UAE 경제는 상당히 위축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이전과 같이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통한 경제다각화 정책이 더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UAE 경제정책은 민간 투자 확대, 첨단 제조업 부문 육성, 국가혁신체계 강화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 기업 및 정부도 그동안 쌓은 개발 경험을 통해 UAE와의 협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성현(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장윤희(대외경제정책연구원)
UAE의 코로나19 확산과 정부 대응
아시아 일부 국가에 국한될 것으로 보였던 코로나19는 유럽과 미국뿐만 아니라 중동으로도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특히 4월 이후 중동 지역 내 확진자가 급증하였으며, UAE도 역내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UAE 정부는 코로나19가 자국에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3월 19일부터 외국인에 대한 입국을 막았다. 이후 수영장, 영화관, 공원 등을 폐쇄하고 쇼핑몰과 시장의 영업, 화물을 제외한 항공기 운항도 중단했다. 외부 활동을 금지하고 음식이나 의약품 구매를 제외한 이동 자체를 제한하는 초강수도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AE 전체인구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확산 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UAE는 역내 금융, 물류, 항공의 중심지이다. 그리고 대중동 투자 및 사업을 위한 거점으로 많은 기업이 입주해 있다.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이와 같은 봉쇄전략은 국제연결성이 높은 UAE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코로나19는 글로벌 석유 수요도 위축시키며 국제유가를 배럴 당 10달러대까지 끌어내렸다. 국제유가 급락은 석유가 정부 재정수입 및 GDP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UAE의 경제 상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IMF는 2020년 4월 보고서에서 UAE가 코로나와 저유가의 영향으로 2020년 –3.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였다.1) GCC 회원국에서 석유의존도가 UAE보다 높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보다도 낮은 성장률 전망치이다. 항공, 물류, 관광 등 UAE의 GDP에서 석유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국가 간 이동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UAE는 정부 자본을 대거 투입해 해당 부문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이와 같은 경제 구조 및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고는 UAE의 산업구조와 그동안의 경제성장 전략을 살펴보고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 모색해보고자 한다.
UAE의 산업 구조와 경제성장 전략
UAE는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석유 부문은 UAE GDP의 29.8%, 정부 재정수입의 41.2%를 차지하고 있다.2) 이전보다 감소했지만 여전히 경제에서 석유 부문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거시 경제도 국제유가 등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UAE의 전체 인구는 약 1,000만 명이며, 이중 자국민은 100만 명에 불과하다. 1971년 UAE가 건국되고 석유를 통한 국부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도로, 항만 등 각종 사회 인프라 개발도 대대적으로 진행되었다. UAE 정부는 다른 GCC 국가들과 동일하게 자국의 부족한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고자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을 허용하였다. 그 결과 외국인 인구 비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다. 한편 UAE 정부는 석유로부터 얻은 부를 자국민에 대한 보조금 또는 임금 수준은 높고 노동 강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공공 부문 고용 등의 형태로 분배하였다. UAE 정부의 대국민 분배 정책은 고임금을 기대하는 자국민이 노동 강도는 상대적으로 높고 수익은 높지 않은 민간 부문, 특히 제조업에 종사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육체노동이 어려운 더운 날씨, 문화적 요인도 제조업 성장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UAE의 석유 자원을 통해 구축된(crowded out) 경제, 소수의 자국민에 대한 혜택은 석유 이외의 산업 발전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느리게 진행되는 구조적 문제를 초래하였다.
UAE는 석유 중심 경제구조에서 벗어나고자 인프라 및 기간산업 관련 국영 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해왔다. UAE 정부는 1980년대 저유가 시기를 통해 석유 부문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경제구조가 가지는 경기 급등락, 재정 건전성 악화 등의 부정적인 효과를 경험하였다. 이에 자국이 가진 지리적 이점과 석유 수출로 얻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자본 집약적인 산업 육성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항공, 물류, 통신, 금융 등의 산업과 관련해 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규모와 실적을 가진 대기업을 보유하게 되었다. 2019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2,000대 기업에 UAE의 에미레이츠 그룹(Emirates Group, 333위, 항공사), 에티살라트(Etisalat, 384위, 통신사), DP World(851위, 항만 기업)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First Abu Dhabi Bank(333위), Abu Dhabi Commercial Bank(784위)와 같은 은행도 높은 순위를 차지하였다. 이들은 사실상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출자하거나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여 성장해왔다. 즉, UAE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을 통해 기간산업 중심의 경제다각화를 어느 정도 달성한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통한 기간산업 관련 기업의 성장은 한국을 비롯한 많은 신흥국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3)
단위: $/b(좌), %(우)
UAE는 원유 수출을 통해 얻은 국부를 바탕으로 경제를 더욱 다각화하고자 2000년대 이후 다양한 개발계획을 마련하였다. UAE 연방정부는 이전의 석유나 자본집약적 경제개발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지식기반 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UAE 비전 2021’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UAE 비전 2021’은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UAE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선언적 발표 정도로 볼 수 있다. UAE 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에미리트인 아부다비와 두바이는 독자적인 경제 및 산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4) 아부다비 정부는 2006년 ‘아부다비 경제비전 2030’을 발표하였다. 해당 계획은 에너지(석유 및 천연가스), 화학, 금속 및 광물, 항공, 호텔·레스토랑 및 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개편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석유 자원이 거의 없는 두바이는 2007년 ‘두바이 전략계획 2015’(Dubai Strategic 2015)를 발표하였다. 주로 관광, 건설, 의료, 사회간접자본 등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2008년 금융 위기에 두바이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 투자 정책 추진에 차질이 발생했다. 두바이 정부는 2016년 정부의 부동산 개발이나 자본 투자를 지양하고 민간 제조업 중심의 산업을 개발하는 것에 중점을 둔 ‘두바이 산업전략 2030’을 발표하였다. ‘산업전략 2030’은 항공, 해양, 알루미늄 및 금속가공, 제약 및 의료장비, 식음료, 기계 및 장비와 같은 6대 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다.
그렇다면 UAE가 지금까지 추진해온 경제다각화 및 비석유 산업 육성 전략은 얼마나 성과를 거두었을까? UAE의 비석유 부문 관련 산업은 2010년 이후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는 답보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UAE의 GDP 중 비석유 부문 비중은 2001년 56.8%였으며, 꾸준히 증가하여 2009년에는 69.4%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못하며 2019년 비석유 부문 비중은 70.2%로 2009년 대비 0.8%p 증가하는 데 그쳤다(그림 3 참고). 2000년대 중반까지는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비석유 부문 비중도 증가하였다. 하지만 2009년 이후 비석유 부문은 국제유가와 반대의 움직임을 보였다. 즉, UAE의 비석유 부문 비중이 그동안 높아진 것은 해당 부문 자체의 성장보다는 국제유가 하락이나 원유 생산량 감소 등 석유 부문의 비중 변화에 의한 착시 현상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UAE가 그동안 일자리를 창출하고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자 정책의 중점을 둔 제조업 비중도 2010년 7.9%에서 2019년 8.7%로 0.8%p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GDP에서 석유 부문이 줄어든 것을 고려한다면, 실질적인 제조업 부문 비중 증가는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UAE 주요 경제 개발 계획
구분 | 계획 | 주요 내용 |
UAE 연방 | 비전 2021 | · 국가 의제: 응집력 있는 사회 및 국민 주체성 보전, 공공안전 및 공정한 사법제도, 경쟁력 있는 지식 경제, 일류 교육체계, 세계적 수준 보건의료 서비스, 지속가능한 환경 및 인프라· 주요 목표: UAE의 독특한 문화, 전통, 유산을 보전하는 동시에 사회 모든 계층을 통합하는 환경 조성, 안보 및 경찰 서비스에 대한 신뢰성 향상, 지식 기반 경제로의 변환, 고부가가치 산업 장려 등을 통한 경제·관광·상업 중심지로의 전환, 자국민의 민간부문 노동참여율 증대, 모든 학교에 스마트 시스템 구축, 전염병 및 건강 위험 요소에 대응하기 위한 보건의료 체계 준비 강화, 공항·항구·도로 인프라·전력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 국민 삶의 질 개선 |
아부다비 | 경제 비전 2030 | · 경제 목표(연평균 실질 GDP 성장률) – 1단계(2008~13년) 및 2단계(2014~19년): 7% – 3단계(2020~30년): 6%· 세계적 중점 부문: 에너지(석유 및 천연가스), 화학, 금속 및 광물, 항공 및 방산, 제약 및 생명공학, 호텔·레스토랑 및 서비스, 의료장비 및 서비스· 지역적 중점 부문: 수송·무역 및 물류, 교육, 미디어, 금융, 통신 |
가단 21 | · 향후 3년간 아부다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① 비즈니스 및 투자(business & investment), ② 사회(Society), ③ 지식 및 혁신(knowledge & Innovation), ④ 라이프스타일(lifestyle) 등의 네 가지 방향으로 30개 세부과제를 선정, 예산 집행 예정 | |
두바이 | 산업전략 2030 | · 주요 목표: 제조업 총생산량 및 부가가치 증대, 지식 및 혁신 수준 향상, 환경 친화적·에너지 효율적 제조업 육성, 세계적 생산기지 및 이슬람 제품 시장의 허브로 성장· 6개 중점 산업: 항공, 해양, 알루미늄 및 금속가공, 제약 및 의료장비, 식음료, 기계 및 장비 |
자료: UAE Vision 2021, UAE Vision https://www.vision2021.ae/en/our-vision; The Government of Abu Dhabi(2008), The Abu Dhabi Eocnomic Vision 2030, p. 10, 11, 113, 114; “Mohammed launches 2030 Dubai Industrial Strategy”. 2016. Emirates 24/7. (June 26)
https://www.emirates247.com/news/government/mohammed-launches-2030-dubai-industrial-strategy-2016-06-26-1.633991(검색일: 2020. 5. 18).
또한 UAE가 경제다각화에 중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은 구체적이지 못한 실행 방안, 경기에 민감한 산업 중심의 육성 장려 등으로 한계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UAE 연방정부, 아부다비와 두바이 정부 차원의 산업 육성 정책에는 목표 연도와 중점 육성 산업 등이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비교적 최근에 발표된 경제다각화 정책에도 이러한 경향에는 큰 변화가 없다. 주동주 외(2012)는 그 이유를 풍부한 석유 자원을 바탕으로 방향성 설정만으로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해석하였다.5) 그러나 앞으로 이러한 자신감을 뒷받침할 만한 고유가 시대는 다시 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 셰일 오일의 등장, 전기차 및 신재생에너지 수요 증가 등 유가의 하방 압력을 높이는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UAE의 GDP 대비 산업 부문별 비중 추이(2010-19)
단위: %
경제 부문 | 2010 | 2011 | 2012 | 2013 | 2014 | 2015 | 2016 | 2017 | 2018 | 2019 |
농림어업 | 0.8 | 0.7 | 0.6 | 0.6 | 0.6 | 0.7 | 0.8 | 0.8 | 0.7 | 0.7 |
광공업(원유 및 천연가스) | 31.1 | 38.9 | 39.1 | 36.9 | 34.1 | 21.8 | 19.3 | 20.5 | 26.0 | 25.0 |
제조업 | 7.9 | 7.7 | 7.7 | 7.5 | 7.8 | 8.8 | 9.0 | 9.2 | 8.7 | 8.7 |
전기, 가스 및 수도사업 | 2.5 | 2.4 | 2.5 | 2.5 | 2.6 | 3.5 | 3.7 | 3.9 | 3.8 | 4.0 |
건설업 | 11.0 | 9.0 | 8.2 | 8.1 | 8.3 | 9.7 | 9.4 | 9.0 | 8.5 | 8.4 |
도소매업, 운송 정비 | 11.9 | 10.1 | 10.0 | 10.5 | 10.5 | 12.2 | 13.0 | 13.3 | 12.3 | 12.5 |
운수 및 보관업 | 5.8 | 5.6 | 5.5 | 5.6 | 5.7 | 6.8 | 6.1 | 6.0 | 5.6 | 5.9 |
음식숙박업 | 1.8 | 1.7 | 1.8 | 2.0 | 2.2 | 2.5 | 2.4 | 2.2 | 2.1 | 2.1 |
정보통신 | 2.9 | 2.4 | 2.3 | 2.3 | 2.4 | 2.9 | 3.1 | 3.0 | 2.8 | 2.9 |
금융 및 보험업 | 6.9 | 6.0 | 6.1 | 7.0 | 7.8 | 9.5 | 10.0 | 9.5 | 8.5 | 8.7 |
부동산 및 임대 | 4.9 | 4.4 | 4.7 | 4.6 | 5.0 | 6.2 | 6.8 | 6.4 | 5.3 | 5.2 |
전문, 과학기술, 사업 서비스 | 3.1 | 2.6 | 2.5 | 2.6 | 2.6 | 3.1 | 3.2 | 3.1 | 3.0 | 3.0 |
공공 부문 | 9.0 | 8.1 | 8.6 | 9.3 | 9.8 | 11.5 | 12.4 | 12.5 | 12.0 | 12.2 |
고용형태의 가사 서비스 | 0.4 | 0.4 | 0.4 | 0.5 | 0.5 | 0.6 | 0.7 | 0.7 | 0.7 | 0.6 |
주: 2019년은 추정치임.
자료: Federal Competitiveness And Statistics Authority. Statistics By Subject. National Accounts Estimates (검색일: 2020. 5. 18).
UAE 정부는 국제유가와 동조성이 큰 산업 위주로 경제다각화를 추진하여 경기 변동에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UAE 정부가 중점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온 에너지, 항공, 관광, 부동산 등은 일반적으로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이다. 특히 이 산업군은 국제유가와 상관관계가 높게 나타난다. 글로벌 경기가 호황일 때, 국제유가도 상승하며, 이 시기에 관광, 항공 관련 산업도 성장한다. 반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유가가 하락하는 시기에 UAE에 대한 방문 수요까지 줄어들면 UAE 경제는 더욱 위축된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전염병으로 이동이 제한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해당 산업은 UAE 내부 수요보다는 글로벌 경기에 반응하기 때문에 자국의 유효 수요를 창출하는 형태의 정책 대응도 쉽지 않다. 즉, 경기 순응성(pro-cyclicality)이 큰 산업 위주의 성장 정책이 UAE의 경기 변동성을 오히려 확대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가 UAE 경제 및 개발전략에 미친 영향
코로나19 확산은 UAE의 소비와 생산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동 제한 및 봉쇄 조치 등으로 경제활동이 급속히 위축되었고 소비도 줄어들면서 UAE의 경제 회복이 더디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3월 기준 UAE의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대비 3.9포인트 하락한 45.2로, 역대 최대 하락 폭을 보였으며 4월에는 44.1로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UAE가 산업다각화를 위해 항공, 물류, 관광 산업 등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의 피해는 이러한 부문에서 특히 크게 나타나고 있다.
중동 내 최대 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을 보유한 두바이는 빠른 속도로 국제노선을 늘려가며 세계 항공의 허브로 발돋움하였다. 두바이 국제공항은 2019년에 8,640만 명의 여객을 유치하며 6년 연속 이용객 수 순위 세계 1위의 자리를 지켰다.6) 아부다비에 기반을 둔 에티하드항공도 중동 주요 항공사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UAE 여객기 운항이 중단되는 상황을 맞게 되었으며 이는 항공사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UAE 항공사의 손실이 6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7) 에미레이트항공은 2019-20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매출액이 전년 대비 6.1% 감소한 920억 디르함(250억 달러)을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에미레이트항공은 향후 사태에 대비해 비용 감축 및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 산업과 밀접히 연계된 물류, 관광 산업의 타격도 두드러졌다. 항공 운항이 중단되면서 항공 서비스 공급업체 드나타(Dnata)의 2019-20 회계연도 순이익은 전년 대비 57% 감소한 6억 1,800만 디르함(1억 6,800만 달러)을 기록하였다.8) 관광객 수도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UN 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2019년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방문한 방문객 수는 각각 1,670만 명, 1,140만 명을 기록하였다. UAE는 2020년에 관광 목적의 5년 복수비자를 도입하는 등 관광 산업 육성을 활발히 추진하고자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면서 UAE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0년 10월 개최 예정이었던 두바이 엑스포가 2021년으로 연기된 가운데 여행 수요 또한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최소 1년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석유 부문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하락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 수요 감소는 석유 부문 개발 속도를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1,32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국제유가가 더욱 하락하면서 개발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리고 석유 수익 감소로 인한 재정 악화는 비석유 부문 육성을 포함한 UAE의 개발전략 추진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편 코로나19에 대응하고자 재정·금융 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UAE의 재정 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UAE 중앙은행은 2020년 3월 14일 1,000억 디르함(272억 달러) 규모의 금융 지원책을 발표하였고 4월 5일에는 그 규모를 2,560억 디르함(700억 달러)으로 확대하였다.9) 여기에는 시중은행의 완충자본 규제를 완화하여 유동성을 공급하고 중소기업 및 개인에 대한 무이자 담보대출을 늘리는 등의 조치도 포함되어있다. 그 외에도 민간 부문에 대한 세금, 공과금, 각종 수수료 및 요금 감면 등의 지원책이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조치가 시행되면서 UAE 재정적자 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IMF는 2020년 UAE의 GDP 대비 재정적자가 –11.1%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또한 UAE가 국채 발행을 늘려 관련 재원을 마련함에 따라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이 33.6%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코로나 이후 지속 UAE의 경제정책 변화
코로나19 이후 UAE 경제정책은 민간 주도 투자 확대, 첨단 제조업 부문 육성, 식량 및 보건의료 등 안보와 연결된 상품의 자국 생산, 국가혁신체계 강화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이후 저유가 기조는 변하지 않고 있다. 향후 유가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배럴 당 100달러를 상회하는 정도의 고유가 시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동 감소는 석유 수요 감소나 증가세 둔화로 이어져 국제유가 상승을 가로막게 될 것이다. 이것은 UAE를 비롯한 산유국 정부의 재정 수입도 감소하여 이전과 같이 정부의 재정 투자를 매개로 한 성장이 더 이상은 지속가능하지 않는 상황을 의미한다. 정부 보조금, 국영 자금을 대거 투입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 기업을 육성하는 기존 전략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 재정지출을 통한 기업 육성보다는 자국 내 사업 환경 개선에 더욱 중점을 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UAE 정부는 민간 부문의 참여 비중을 높인 PPP 형태의 투자개발 사업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첨단제조업, 4차 산업 등 혁신이 이끄는(innovation driven) 산업 육성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하거나 장기화된다면 이전 사회와는 다른 모습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으로 이동의 자유가 감소하고 보호무역주의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UAE 정부가 그동안 막대한 투자를 해온 항공, 관광, 건설 부문은 글로벌 이동이 자유로울 때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또한 해당 산업은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국제유가와의 동조성도 커서 UAE 경제성장의 변동성을 높인다. 이에 따라 UAE 정부는 경기 변동성이 비교적 적고 UAE의 경쟁력 및 고용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산, 우주 항공 등 첨단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항공 및 관광 산업이 가진 취약성을 보완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산업에 스마트 공장 등 4차 산업 및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외국인 노동자 비중을 줄이고 관련 직종의 관리직에 자국민 고용을 늘릴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UAE는 자국의 안보 및 자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식량 및 보건의료의 자국화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많은 국가가 의료용품 및 장비의 부족으로 방역 및 환자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향후 사람 및 물자 이동의 제약이 발생한다면 자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물자를 조달하기도 어려워 질 것이다. 더욱이 부족한 물자가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위협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더욱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수입에 주로 의존했던 식량과 보건의료 관련 장비, 제약품 등의 자국 내 생산이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를 계기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국민을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로 육성하는 국가혁신체계 구축에 대한 정부의 의지도 강해질 것이다. 앙트레프레너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슘페터는 혁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가 일어난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이를 앙트레프레너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UAE 정부가 특정 부문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여 자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정책은 지속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혁신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산업을 발전시키는 일종의 국가혁신체계가 정책의 주안점이 될 수 있다. 국가혁신체계는 단순히 혁신에서 정부의 역할이 강화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부, 교육기관, 기업 모두에서 혁신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교육의 방향성도 기술을 강조하고, 이러한 기술 혁신을 통해 부를 창조하는 것으로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앙트레프레너의 기술개발 동기는 물질적 이득이다. UAE 사람들에게는 실크로드를 통해 막대한 부를 창출하던 중동 상인의 DNA가 있다. 이들이 가진 DNA가 작동하도록 정책을 통해 정부의 민간 부문 구축(crowding out) 감소와 기술과 혁신을 통한 이익추구로 자유로운 혁신체계 및 경제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기업 및 정부도 UAE와의 협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기술혁신의 경험을 오랜 기간 축적해왔다. 또한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우리가 쌓아온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대응체계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강점을 토대로 혁신체계를 같이 발전시켜나갈 때 양자간 다양한 협력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손성현(shson@kiep.go.kr)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의 전문연구원으로, 중동 경제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펼치고 있다. 2012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GCC 국가의 산업정책 및 경제다각화 등에 관한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최근 저서로는 『중동 주요국의 중소기업 육성정책과 한·중동 협력 확대방안』(2018, 공저), 『국제 에너지 시장 변화와 한·중동 에너지 협력 다각화 방향』(2019, 공저) 등이 있다.
장윤희(yhjang@kiep.go.kr)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 전문연구원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저서로는 『중동 주요국의 여성 경제활동 확대정책과 한국의 협력방안: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중심으로』(2019, 공저) 등이 있다.
1) IMF(2020), 23
2) Federal Competitiveness And Statistics Authority. Statistics By Subject. National Accounts Estimates (검색일: 2020. 5. 18).
3) 한국은 1998년 IMF 위기라는 충격 이후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공기업 민영화에 나섰으며, 이들의 경쟁력 향상을 유도한 바 있다.
4) UAE는 아부다비(Abu Dhabi), 두바이(Dubai), 라스 알 카이마(Ras al-Khaimah), 샤르자(Sharjah), 움므 알 쿠아인(Umm Al Quwain), 아즈만(Ajman), 푸자이라(Fujairah)라는 7개의 에미리트로 구성되어 있다. 아부다비에 UAE의 석유 자원이 집중되어 있고, 두바이는 역내 상업 및 무역 중심지가 되면서 성장하였다. 반면 나머지 에미리트의 경제 규모는 크지 않고 발달된 산업도 거의 없어 사실상 UAE 경제는 UAE 연방정부, 아부다비, 두바이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5) 주동주 외(2012), 79.
6) “Dubai International retains number one rank as world’s busiest hub for international passengers.” (2020. 2. 5) (검색일: 2020. 5. 21).
7) “IATA hikes UAE airlines’ revenue losses to Dh25 billion.” (2020. 4. 23).(검색일: 2020. 5. 21).
8) “Emirates taking ‘aggressive’ measures to tackle Covid-19 impact after annual profit surges 21%.” (2020. 5. 10). (검색일: 2020. 5. 21).
9) EIU(2020), 32.
참고문헌
- 주동주·김계환·민혁기·민영진·빙현지 (2012). 『중동 GCC 산업다각화 전략과 한국의 협력』. 정책자료 2012-160, 산업연구원.
- EIU(2020). United Arab Emirates Country Report April.
- IMF(2020), World Economic Outlook April.
- The Government of Abu Dhabi(2008), The Abu Dhabi Eocnomic Vision 2030.
인터넷자료
- “Dubai International retains number one rank as world’s busiest hub for international passengers.” 2020. The National. (February 5). https://www.thenational.ae/business/aviation/dubai-international-retains-number-one-rank-as-world-s-busiest-hub-for-international-passengers-1.974319(검색일: 2020. 5. 21).
- Federal Competitiveness And Statistics Authority. Statistics By Subject. National Accounts Estimates
https://fcsa.gov.ae/en-us/Pages/Statistics/Statistics-by-Subject.aspx#/%23/%2523/%2523/%2523/%2523/%2523&subject=Economy&year=2017&folder=Economy/National%20Account/National%20Account (검색일: 2020. 5. 18). - “IATA hikes UAE airlines’ revenue losses to Dh25 billion.” 2020. Khaleej Times. (April 23)
https://www.khaleejtimes.com/business/aviation/iata-hikes-uae-airlines-revenue-losses-to-dh25-billion(검색일: 2020. 5. 21). - “Mohammed launches 2030 Dubai Industrial Strategy”. 2016. Emirates 24/7. (June 26) https://www.emirates247.com/news/government/mohammed-launches-2030-dubai-industrial-strategy-2016-06-26-1.633991(검색일: 2020. 5. 18).
- UAE Vision 2021, UAE Vision https://www.vision2021.ae/en/our-vision (검색일: 2020. 5. 12).
- worldometer.
https://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country/united-arab-emirates/ (검색일: 2020.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