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코비드 19로 인해 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고통 받고 있는 이란 사회의 현황과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전망하고, 포스트코로나 이후의 이란의 향방과 대이란 정책을 재고하는 연구가 될 것이다. 본 연구는 인류학적 연구조사로서 국제 뉴스 등으로 알려지지 않는 현지의 목소리를 담고자 한다. 이에 이란 정부가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정보와의 간극을 확인하면서, 코비드 19 이후의 삼중고를 겪고 있는 이란 코로나 19 상황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전망을 제시해본다.
구기연(서울대학교)
“요즘 온라인 수업에 결석한 학생들이 있으면, 선생님과 다른 부모들은 절망에 빠집니다. 아. 그 집에 안 좋은 일이 생겼겠구나. 며칠 동안 온라인 수업에 결석하는 친구들의 소식을 궁금해 하는 딸아이에게 그 친구 가족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차마 전할 수가 없네요. 정말 너무나 우울하고 절망스러워요.”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중고생 남매를 키우고 있는 40대 여성이 인터뷰에 응하는 목소리에는 우울함과 두려움 그리고 절망이 묻어났다. 이란에서 팬데믹은 왜, 어떻게 발생하였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가? 각 사회 소외층의 목숨을 위협하는 코비드 19는 현재 전 지구적으로 소외된 외교적, 경제적 상황에 직면해 있는 이란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가? 이 글에서는 코비드 19 팬데믹 현상의 이란에서의 발생 요인과 전염과 확산의 배경과 이에 대한 이란 정부에 대응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나아가 전지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팬데믹 사태에서 향후 이란의 포스트 코로나 19의 상황을 전망해보기로 한다.
이란 코로나 19 초기 전파 경로와 정부의 대응
2020년 6월 15일을 기준으로 이란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수는 187,427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는 8,837명을 넘게 기록하고 있다. 5월 들어 일일 확진자가 다시 3천명을 넘기면서 안타깝게도 아직 이란 내 코로나바이러스는 잦아들 추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에서의 코로나 확산은 중국-한국-이탈리아 등으로부터 전 지구적인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 현상이 시작된 2020년 2월, 즉 초기부터 진행되었다.
2020년 2월 19일 이란이슬람공화국 시아파 최대 성지인 ‘곰(Qom)’에서의 첫 감염 소식이 알려졌는데, 초기 두 명의 확진자는 중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사업가로 알려졌다. 도시 곰은 시아파 이슬람의 최대 성지로 이슬람 신학대학에는 다수의 중국유학생들이 있고, 특히 코비드 19가 처음으로 발발했다고 전해지는 중국 우한과 자매도시로 알려져 있다. 2017년 미국의 일방적인 핵 협정 파기로 일대일로를 지향하는 중국과 거의 모든 해외 무역에 손발이 묶인 이란의 긴밀한 경제 협력 속에서 이란과 중국 사이의 인적, 물적 교역은 거의 독점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중국 우한에서의 코로나 발생 소식이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중국과의 항로를 막을 수 없었는데, 이것이 이란 내 코비드 19의 초기 유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최근 몇 년간 지속된 대이란 제재 속에서 유일한 무역 파트너로서 이란이 중국과 맺어온 긴밀한 관계가 안타깝게도 이란의 초기 발발 원인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이란과 중국과의 특수한 관계는 이란 정부가 코로나 초기 발생과 확산을 명확하게 밝히기에 큰 부담이 되었다. 이는 이란 코비드 19 확산을 초기에 진압하지 못한 하나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2020년 2월 24일 곰(Qom)의 국회의원인 아흐마드 파르하니(Ahmad Amirabadi Farhani)가 의회에서 사망자 12명이라는 정부 발표에 반발하면서, 이미 곰에서 50명 이상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 죽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코비드 19가 정부가 발표했던 2월 19일이 아닌 이미 3주전부터(2020년 2월 초) 곰 지역에 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 보건부 장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란 당국은 이와 같은 주장이 부풀려졌다고 반박했지만, 2020년 2월 24일 보건부 차관을 시작으로 엡데커르 부통령과 고위 성직자 등 국가 운영 수뇌부들이 줄줄이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이란의 코비드 19가 얼마나 심각하게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있는지가 드러나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 대응 실무 단장을 맡았던 보건부 차관 이라즈 하리르치(Iraj Harirchi)가 기자회견 당시 연신 땀을 닦으며 기침을 하는 장면이 생중계되고, 이후 SNS를 통해 자신의 확진 사실을 알린 사건은 이란의 코로나 확산이 국가 전방위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는 코비드 19 감염 초기 이란 당국의 코로나감염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적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였다.
이란 코로나 19 확산과 대규모 감염의 사회적 배경
이란의 초기 방역의 실패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 요인 중 하나는 2020년 2월 21일에 있었던 이란 국회의원 선거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정부의 발표보다 더 전방위로 퍼져있을 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이란 전역에 퍼졌지만, 이란의 최고 종교지도자 하메네이는 이와 같은 루머들이 이란 정치를 흔들려는 음모라고 비난하였다. 2019년 가을부터 전국적으로 일어난 유가 인상을 둘러싼 대규모 시위, 2020년 새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미국의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폭살 사건, 그리고 뒤이은 혁명수비대의 오발로 인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피격 사건 등 미증유의 정치적, 외교적 위기가 이란을 뒤덮었다. 이에 이란 내 보수, 개혁파 진영 간의 갈등은 최고조로 달해있었던 상황이었고, 경제난에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국민들의 민심은 들끓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2020년 2월에 예정되었던 국회의원 선거는 보수와 개혁파 사이의 긴장과 권력다툼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점이었다. 보수 진영 측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형성되었던 선거 보이콧 운동은 더욱더 확고해졌다. 이에 수도 테헤란 지역 투표율이 25%에 그치는 등, 1979년 이슬람공화국 건국 이후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게 되었다. 이에 정부에 비판적인 견지를 가진 국민들은, 국회의원 선거 개최 과정에서 초기 대규모 감염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하였다.
2020년 3월 21일부터 일주일에서 열흘 동안 이란 최대 명절인 노루즈 휴가를 맞이하게 된다. 전국적으로 명절 대이동이 벌어지는 이란의 노루즈 기간 동안 이란의 코로나 상황은 “Nowruz Peak”(3월 20일–4월 3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3월 25일에는 하루 확진자가 2,000명을 기록할 정도였다. 좀 더 면밀한 후속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이란 내 감염자 대비 사망자 비율이 높은 이유와 최근 수년간 이란 내 대기오염으로 인한 폐 질환자 증가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를 고려할 수 있다. 단기 방문하였던 2016년, 2017년에 테헤란에서의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 대한 자동차 출입 통제 및 2부제 실시를 경험하였고, 이란의 대기오염이 심각한 경우 학교 휴교령까지 시행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1) 최근 이란의 폐질환자 관련 의학통계로 유추해보면, 다른 지역보다도 폐 관련 기저질환자가 많기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사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추측할 수 있다.
현재 이란은 기존 미국 주도의 경제적인 고립, 고질적인 이란의 경제상황에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더해져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 제재로 인한 의약품과 의료장비의 부족 등의 문제로 의료진들은 “순교자라는 칭호 대신 보호장비를!!”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의료물품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 내 의료 시스템과 의료진의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고 의료기술 역시 발달되어 있지만 하지만 수년간의 이란의 심각한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 위기는 수준 높은 의료진들의 해외 망명 및 이주라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란 내 의료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에 관한 경험의 부재와 한국과 비교했을 때 낮은 스마트폰 보급률 등은 감염자의 이동 경로 확인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별 집단 감염 현상이 되풀이 되고, 이란 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추세는 약 4개월째 잡히지 못하고 있다. 전염병과 관련된 정보 공개가 명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국가적 위기로 인해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 역시 이와 같은 심각한 상황에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이란, 제 2차 파동의 충격적인 여파
2020년 4월 16일 이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이란 당국의 공식 집계보다 실제 각각 10배, 2배 많을 것 같다는 이란 의회의 보고서가 나왔다.2) 이는 투명하고 자세한 정보 제공 및 공개의 실패가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란의 코로나 19 상황은 일일 감염자가 2020년 5월 초 1,000명 이하로 떨어지면서 최악의 상황을 피한 것 같았으나, 사회적 격리 상황을 끝내고 가장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이 일자리에 복귀하면서 다시금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 즉 제 2차 파동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회 봉쇄가 완화됨에 따라 지역 내 모스크들이 문을 열고 지역 간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아래의 그래프 추이와 같이 5월 들어 일일 확진자가 다시금 2천명 이상으로 무섭게 증가하였다. 한 달의 라마단 기간이 지난 직후인, 6월 2일부터는 다시 일일 확진자가 3천명을 넘었다. 특히 6월 4일 일일 확진자 수는 3,574명으로 이란 내 코로나 발병 이래 최고를 찍었던 지난 3월 30일의 3,186명이라는 수치를 넘는 값이다. 이와 같은 2차 파동은 사회로의 복귀, 라마단 기간이라는 배경으로 인한 것으로 분석되며, 로하니 대통령을 비롯한 이란 보건 당국은 다시 한 번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보건 수칙에 따라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3)
또한 4월 말부터 직장으로 복귀한 가장이나 근로자들이 감염되면 바이러스가 가족들에게 전염되어 결국 일가족이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이란 사회는 다시금 충격에 빠지고 있다. 특히 위생적, 경제적 측면에서 여러모로 열악한 지역인 남서부 후제스탄(khuzestan)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지역감염이 이루어지고 있어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이에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생활규칙과 사회적 거리 두기의 필요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안내가 절실한 시점이다.
포스트 코로나 19, 이란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오늘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내일은 아무도 모르지요”
이는 이란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안부를 묻는 내게 건넨 이란인 유학생의 착잡한 대답이었다.
이란 사회는 2017년 이후 심각한 경제 상황에 놓여 있으며, 1979년 이슬람공화국 건립 이후 처음으로 국민 성금을 요청할 정도로 국가 위기 상황에 봉착되어 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이슬람공화국 건립이후 41년 만에 처음으로 IMF에 자국 코로나19 방역과 치료를 위해 긴급자금(RFI) 50억 달러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란 국민들은 연이은 악재로 집단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가정 폭력이 증가하고, 아동학대 신고가 증가하는 등 사회 전반적인 의료적, 심리적 위기까지 닥쳐오고 있다. 가정폭력 신고 전화 홍보 대량문자를 보내는 등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위기로 가정이 붕괴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미증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란은 이처럼 좀처럼 잡히지 않는 코로나 19의 혹독한 여파를 맞이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더욱 자명해지는 것은 이와 같은 악재들이 겹쳐지면서 이란 정부와 고통 받는 국민들 사이의 신뢰가 깨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란 내 정세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위기가 미국과의 대화를 열고,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과 협력을 성사시킬 수 있는 창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미국의 코로나 상황이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당장은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 확산 실패 요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통제권 안에 두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란 정부가 지금이라도 투명하게 전염 상황을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고, 보다 신중하게 사회적 거리 완화 등을 고려해야할 시점이다. 또한 정신적, 경제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삼중고를 겪고 있는 이란 사회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국제적 원조가 요구되고 있으며, 동시에 이란 사례를 통해 사회적 봉쇄 해제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초래한 2차 파동을 교훈 삼아 다른 국제 사회에서도 신중하게 사회적 거리 완화 조치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란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삼중고를 겪고 있는 이란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국제 원조와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저자소개
구기연(kikiki9@snu.ac.kr)은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서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이란 청년 세대에 대한 심리인류학 연구로 박사논문을 작성했다. 주로 이란의 청년세대와 여성 문제, 이란 내 한류 그리고 미디어를 통한 시민사회운동 등에 대해 연구해왔다. 최근에는 한국 내 이슬람혐오 이슈와 한국 무슬림 난민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여성 연구자, 선을 넘다: 지구를 누빈 현장연구 전문가 12인의 열정과 공감의 연구 기록』(공저, 2020), 『이란 도시 젊은이,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2017)가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미완의 혁명 그리고 위태로운 삶: 이란 녹색운동과 튀니지 재스민혁명 그 후 10년”(2020) 등이 있다.
1) https://www.aljazeera.com/news/2019/12/irans-air-pollution-schools-shut-children-indoors-191226100456493.html
2) 중앙일보, 2020년 4월 16일자 보도, “이란 의회 “실제 확진 10배, 사망 2배”..맞다면 美 넘는 76만
3) “Iran cases hit record high in second wave of coronavirus”(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0/jun/04/iran-faces-crisis-amid-record-number-of-daily-coronavirus-inf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