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어떻게 전쟁에서 버티고 있는가?: 저항하는 이란, 분열되는 이란

구기연(아시아연구소)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개시했다.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 지도부 핵심 인사들이 제거되었고, 핵시설과 탄도미사일 기지, 해군 전력이 표적이 되었다. 세계는 이란 정권이 수주 내에 무릎을 꿇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지금,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란이 이 전쟁에서 의미 있는 ‘버팀’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그 핵심에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있다. IRGC는 최고지도자 사망 이후 발생한 지도부 공백 속에서도 군사 작전의 지휘권을 유지하며 실질적인 권력 중추로 부상했다. 이란 국내 언론은 IRGC가 주도한 ‘진정한 약속 3호 작전’의 22차 공격이 적에게 휴전을 강요했다는 서사를 반복하며, 이를 혁명의 승리로 포장하고 있다. 한편 현실에서는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IRGC 지휘부 사이의 노선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대통령은 경제 붕괴를 경고하며 조기 휴전을 주장하는 반면, IRGC는 전쟁 지속을 고수한다. 혁명 이후 만들어진 이 이중 권력 구조가 전시에 균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란이슬람공화국이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각인시킨 또 다른 무기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란은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의 실질적 통제권을 무기화했다.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66달러를 돌파했고, 카타르 에너지는 LNG 수출 계약에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이란 국내 언론과 의회는 이를 단순한 군사적 저항이 아닌 ‘경제적 레버리지’로 재해석하며, 해협 통행료 징수와 이란의 주권 인정을 새로운 종전 조건으로 내걸기 시작했다. 이란 관영 타스님 통신은 한발 더 나아가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에 연간 최대 200억~1,000억 달러의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전쟁의 상흔을 경제적 기회로 전환하려는 이란 정권의 선전 논리가 노골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 해양법상 불법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이 카드를 협상 자산으로 전환하려 한다.

그러나 이 전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군사적 교착보다 각국의 국내 정치에 있다. 이란·이스라엘·미국 모두 자국민에게 이 전쟁을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가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란 정권은 외세의 침략에 맞선 ‘순교’와 ‘저항’이라는 혁명 서사를 동원하지만, 연이은 공습으로 민간 건물들이 파괴되고 ATM마저 멈춘 현실 앞에서 민심의 피로감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시위대에 대한 정권의 강경 진압 이후 반정권 정서 역시 여전히 높은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란 국민 일부는 외부의 공격 앞에 정권을 지지하는 쪽으로 결집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일부는 정반대의 심리를 품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진 경제 제재와 억압적 통치, 그리고 지난 1월의 유혈 진압을 목도한 이들 중에는 이 전쟁이 이슬람 공화국 체제 자체를 종식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은 외세의 침략이 아니라 체제 붕괴의 촉매다. 이란 내부는 지금 단일한 ‘국민’이 아니라,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꾸는 복수의 목소리들이 충돌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안보 승리를 주장하지만 장기 소모전의 부담을 피할 수 없고, 트럼프 행정부 역시 ‘짧은 전쟁’이라는 초기 장담이 빗나간 상황에서 국내 여론을 관리해야 한다. 휴전 협상이 번번이 결렬되는 이유는 단지 조건의 차이 때문만이 아니다. 각국 지도자들이 자국 국민에게 내세울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전이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지만, 이 전쟁이 국제질서에 남길 선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강대국이 유엔의 틀 밖에서 선제공격을 감행하고, AI 기반 타격 시스템을 활용한 무차별적 공습을 정당화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유사한 시도를 용인하는 위험한 전거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전쟁은 한국에게 머나먼 세계의 위기가 아니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고 있으며, 유가 급등과 LNG 수급 불안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전쟁의 여파는 휴전 이후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중동의 에너지 지형과 지역 안보 질서는 종전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근본적인 변화의 궤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 중동 에너지 공급망의 다변화와 비축 전략 점검에 그치지 않고, 전후 중동 재건 과정에서 열릴 외교적 공간에 대한 선제적 구상을 시작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