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는 경제 다각화를 위한 경제개발계획을 1970년부터 실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정책에 대한 부처 간 긴밀한 공조의 부재와 함께 국민들의 낮은 노동생산력 등으로 인하여 정부의 경제 다각화 정책은 한계를 노출해 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4년도 하반기 이후 석유시장의 구조적인 변화와 그에 따른 저유가 기조와 함께 높은 인구증가율 및 청년 실업률로 정치적·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부왕으로부터 왕권승계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당시 부왕세자)는 이러한 위기극복 노력의 일환으로 2016년 4월 25일 ‘비전 2030’을 발표하였으며 이 정책의 성공을 위해 다양한 개혁조치를 취하고 있다.
송상현 (단국대학교)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과 경제 다각화를 위한 노력
2016년 4월 25일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당시 부왕세자)는 미래 석유자원 고갈을 대비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성공적인 경제 다각화를 달성하기 위한 ‘비전 2030’을 발표하였다. 경제 다각화를 위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경제개혁 노력의 역사는 197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경제 다각화를 위해 1970년부터 총 10차례의 경제개발 계획을 실시해 왔다. 안타깝게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경제개혁을 위한 40년 이상의 오랜 노력은 그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사실상 실패하였다. 경제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사우디아라비아 정권의 정치적 의지가 약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차원의 경제개혁에 대한 절박함도 부족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기대만큼의 성공적인 경제개혁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경제 다각화를 위한 계획을 꾸준히 추진하였던 주요한 배경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유한한 자원인 석유에 대한 높은 경제 의존도를 보이면서 유가변동에 취약한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1950년 11월 중동지역에서는 처음으로 Aramco와 ‘50:50 이익분배협정’을 체결하면서 석유산업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Long 1985). 특히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을 통해 유가가 급등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석유산업에 대한 국유화를 점진적으로 진행하였고 1980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산업의 주요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Aramco에 대한 국유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다. 이러한 국유화 과정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석유수출로 거두어들이는 수입의 주 수혜자가 되었고 정부재정의 90% 이상을 석유수출로부터 거두어들인 렌트(rent)에만 의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경제활동이 구조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출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되면서 유가변동에 따른 정부의 경기순행적 재정정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장기적인 경제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특히 비석유부문의 GDP기여율이 낮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의 GDP성장률은 유가변동과 밀접하게 연계되는 취약한 경제구조의 모습을 보여 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 다각화를 위한 노력의 한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유가변동에 취약한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경제 다각화정책을 선택하여 추진해 왔다. 석유산업 이외의 다양한 산업육성을 통하여 보다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추구하였으나 그 성과는 많은 한계를 노출하였다. 경제개혁정책에 대한 정부 부처 간 긴밀한 공조의 부재와 함께 국민들의 낮은 노동생산력 등으로 인하여 정부의 경제다각화 정책은 사실상 구호에 그친 측면이 컸다. 이 같은 경제정책의 실패가 최근 저유가로 촉발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위기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1970년대 석유수입원의 주 수혜자가 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국가 경제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오랜 기간 수행해 왔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생산적인 부문에서 활발한 국내 경제활동 없이 석유 수출로부터 거두어들인 오일머니만으로도 국가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소위 ‘렌티어 국가(Rentier State)’의 경제구조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경제구조의 특징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민들의 경제활동과 근로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왔다. 정부가 경제활동의 주요 견인차가 되면서 대다수 국민들은 생산적인 경제활동을 통한 부 창출이 아닌 국가로부터 제공되는 막대한 금액의 렌트를 획득하는 활동(Rent Seeking)에 참여하는데 몰두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정부로부터 제공되는 다양한 경제 혜택을 받는데 익숙해진 국민들 전반에 ‘렌티어 심리(Rentier Mentality)’가 만연하게 되었다(Beblawi 1987). 국민들은 많은 노력과 공정한 경쟁을 통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대신 보다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인 특권이 제공되는 근로환경에서 일하는데 익숙해졌으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의 노동생산력 저하에 기여하였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따르면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인적자본지수(Human Capital Index)는 전 세계 130개 국가 중 82위의 낮은 순위를 기록하였다(World Economic Forum 2017).
사우디아라비아 자국민의 낮은 노동생산력과 함께 정부부처 내 관료조직의 특성 또한 경제개혁의 속도를 더디게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거론 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부처는 각 행정부처별로 자신들만의 독립적인 영역을 구축하면서 경제정책에 대해 상호 유기적인 협력을 하기 보다는 정부 부처별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 관료조직에 대한 연구로 저명한 학자인 스테판 헤르톡(Steffen Hertog 2010)은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정책과 개혁의 주요 걸림돌로 ‘스포크-허브(Spoke and Hub)’ 관료 시스템을 지적하고 있다. ‘스포크-허브’ 관료 시스템의 특징은 대부분 사우드 왕가의 왕자들이 장관을 맡고 있는 각 정부부처 내에서 왕자들이 조직의 허브에 위치하고 정부 관료들은 각 부처 장관을 중심으로 스포크에 위치하게 된다. 관료들은 정부의 렌트분배를 중개해 주는 영향력 있는 중개인들과 다양한 형태의 공식·비공식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왕자들과 중개인 그리고 관료들은 후원자-고객의 관계(patron-client relations)로 긴밀하게 연결된다. 각각의 행위자들은 서로 간에 ‘의무와 명예’의 내면인식으로 인하여 고객에 대한 자신의 의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된다. 이 같이 독특한 관료시스템은 각 부처별 고객들의 이해를 침해하는 경제개혁 정책에 대한 부처 간 협력을 어렵게 하였다. 대표적인 일례로 경제다각화를 위해 필요한 자국민고용정책은 노동부와 내무부 사이 구체적인 정책의 조율과 합의부재로 오랜 기간 난항을 거듭하였다.
셰일혁명과 석유시장의 구조적인 변화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은 석유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로 야기된 경제적 위기를 극복해야하는 경제적 절박함과 함께 성공적인 경제개혁을 통해 안정적으로 다음 세대(무함마드 빈 살만)에게 왕위를 계승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 현 정권의 강력한 정치적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경제개발 계획과는 분명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 특히 미국에 의해 촉발된 ‘셰일혁명’으로 인하여 유가에 대한 통제권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OPEC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변환기적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장기 경제발전 계획인 ‘비전 2030’은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4년 하반기 이후 시작된 저유가 석유시장 상황은 석유산업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의 주요 산유국들에게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초래하였다. 최근 베네수엘라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석유가 국가경제 발전의 주요산업인 산유국들에게 저유가로 촉발된 경제 위기는 정권에게 치명적인 정치위기를 수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0년대 석유시장의 공급과 수요부문에서 발생한 구조적인 변화는 석유시장의 공급과잉을 야기하면서 저유가 시대를 본격화 하였다. 과거 저유가의 시장상황과 달리 최근 저유가 시대의 도래는 석유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야기된 측면이 높아 향후 산유국 경제에 장기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6월 배럴당 134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2014년 하반기 이후부터 하락하면서 2015년과 2016년에는 배럴당 40달러 중반까지 하락하였으며 2019년 초 여전히 배럴당 50-60달러 선에 머물러 있다. 현재 향후 유가에 대한 전망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수요의 측면에서 저유가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석유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1월 International Energy Agency(IEA)의 World Energy Outlook에 의하면 전기자동차의 개발과 연료 효율성의 개선으로 인하여 2040년까지 수송연료에 대한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40년까지 약 3억대의 전기자동차가 도로에서 운행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 전기자동차가 석유에 대한 수요를 일일 약 330만 배럴 가량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EA는 2040년 자동차 수가 현재 보다 약 80%이상 증가한 2억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하였지만 일반 자동차의 연료 소비효율 향상이 2040년 일일 9백만 배럴 이상의 석유 수요를 차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2015년 파리기후협정(Paris Climate Change Accord)에서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를 제시하면서 향후 세계 각국에서 정부규제의 강화로 인하여 신재생 에너지와 전기자동차 기술 개발이 더욱 진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IEA는 향후 석유에 대한 수요 증가가 중국 및 인도와 같은 개발 도상국가들에 의해 주도되겠지만 선진국에서의 석유에 대한 수요는 2040년까지 매년 평균 일일 40만 배럴 이상 줄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1]. 그 동안 글로벌 석유시장에서 저유가는 수요의 증대를 유발하면서 과잉공급을 해소시켰으나 최근 석유 소비시장의 이 같은 구조적인 변화로 인하여 석유에 대한 수요가 가까운 미래에 큰 폭으로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석유시장의 공급측면에서 주목할 변화 중 하나는 셰일오일 및 오일샌드와 같은 비전통적인 석유에 대한 개발이 본격화 되었다는 점이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우리는 미국에 약 100년간 공급할 수 있는 천연가스를 가지고 있다. 나의 행정부는 안전하게 이 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에너지 개발이 2010년대 말까지 60만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고 언급하면서 셰일 에너지에 대한 본격적인 개발을 알렸다[2]. 셰일오일과 가스의 존재는 1800년대부터 알려져 있었으나 그동안 경제성을 갖춘 채굴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본격적인 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하지만 새로 개발된 ‘수압파쇄법(Fracking)’과 함께 2010년대 초반 미국 행정부가 셰일 에너지에 대한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미국의 석유생산량은 크게 증가하였다. 지하에 있는 셰일 층에서 석유와 가스를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의 개발로 인하여 텍사스, 오클라호마, 노스다코타, 베켄, 뉴멕시코, 콜로라도 등에서 셰일오일이 대량으로 생산되면서 2008년 일일 평균 약 500만 배럴에 머물렀던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2015년 이 보다 두 배가량 증가한 940만 배럴을 기록하였다. 영국 에너지기업 BP의 자료에 따르면 원유와 천연가스를 합친 에너지 생산량에선 미국이 2014년에 이미 세계 1위로 올라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길윤형 2019년 1월 14일). 미국은 1975년 국내에서 생산된 석유에 대한 수출을 공식적으로 금지하였으나 원유생산량 증대에 힘입어 2015년 12월 40년 만에 석유수출 금지조치를 해제하였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U.S. Energy Intelligence Administration(EIA)는 2020년 12월에는 미국이 수입하는 양보다 일일 120만 배럴 더 많은 원유를 수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3].
저유가 상황에서 OPEC이 최근 감산 결정을 통하여 유가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향후 미국 셰일오일 생산업체들이 생산량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 유가상승 요인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8년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와 함께 이란산 석유금수 조치 재개로 인하여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약 70달러까지 회복되었다. 하지만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의 증가와 함께 국제유가가 2018년 4/4분기부터 하락하면서 2019년 1월 배럴당 50달러 선까지 하락하였다. EIA는 2018년 12월 미국 내 7개 주요 셰일오일 유전지대에서 원유생산량이 일일 794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였다[4].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 추세는 상당수 셰일오일 생산업체들이 배럴당 50달러 이하에서도 수익 창출이 가능해지면서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5]. 이 같은 변화로 인하여 국제석유시장에서 OPEC의 유가에 대한 통제권은 약화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미국 석유생산업체들의 역할이 더욱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유가로 인한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위기
2014년도 하반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저유가의 기조 속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에 대한 경고가 계속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2014년 7,300억 달러로 최고를 기록한 사우디아라비아 외환보유고는 2017년 4월 4,930억 달러로 약 1/3가량 감소하였다[6]. 2016년 1월 CNBC의 분석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으로 약 6,24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에 머무를 경우 2018년 10월이면 그들의 외환보유액이 완전히 고갈될 것이라고 비관적인 예측을 하였다. 이와 함께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일 경우 2019년 5월, 40달러일 경우 2020년 2월, 그리고 50달러일 경우 2021년 5월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상태가 파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였다[7].
유가 하락에 따른 정부수입원 감소로 인하여 사우디아라비아는 2014년부터 재정적자를 기록하였다. 1조 1,099억 사우디 리얄(SR)을 기록하였던 2014년 정부지출이 2015년 9,781억 SR로 전년 대비 약 11.9%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1조 444억 SR을 기록하였던 정부수입이 2015년 6,159억 SR로 전년 대비 약 41% 줄어들면서 재정지출 감소폭보다 재정수입 감소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그 결과 2014년 655억 4,000만 SR이었던 재정적자가 2015년에는 3,622억 SR로 5배 이상 급증하였다. 2016년 정부지출은 전년도 대비 약 15% 감소한 8,305억 SR인 반면 정부수입은 전년도 대비 약 16% 감소한 5,194억 SR로 재정적자의 폭이 3,111억 SR을 기록하였다[8]. 200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던 사우디아라비아 GDP 역시 2014년 하반기 이후 시작된 저유가의 여파로 2014년 2조 7,984억 사우디 리얄에서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2조 4,535억과 2조 4,241억 사우디 리얄로 꾸준히 감소하였다[9]. 이처럼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하락으로 인하여 외환보유고 감소와 함께 정부의 재정적자폭이 증가하면서 GDP도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며 경제의 모든 지표에 빨간 불이 들어온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높은 청년 실업률과 렌티어 국가의 한계
경제 환경의 악화와 함께 높은 인구증가율과 실업률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고민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높은 출생률 증가와 함께 사망률이 감소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구는 지난 반세기 동안 비약적인 증가를 보여 왔다. 1970년 580만 명에 불과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구는 1985년 1,000만 명, 2000년에는 2,000만 명, 그리고 2015년에는 3,000만 명을 각각 돌파하면서 2018년 현재 약 3,340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70년대 유가인상과 석유산업의 국유화 과정을 통해 크게 확대된 자국의 경제력에 걸 맞는 역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인구증산정책을 실시하면서 1982년 6.57%의 높은 인구증가율을 기록하였다. 2018년 GCC(Gulf Cooperation Council) 6개 국가 전체인구 중 사우디아라비아 인구가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국민이 약 2,076만 명 외국인이 약 1,264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10]. 사우디아라비아 전체 인구 중 남성은 약 1,023만 명이고 여성은 985만 명으로 남녀의 성비율은 거의 대등한 수준이다[11].
사우디아라비아 인구구성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30세 이하 청년층 인구가 전체인구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청년층의 실업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해결해야 할 경제문제 중 항상 우선순위에 위치해 있지만 실업률 개선은 여전히 큰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자국민의 전체 실업률은 2014년 11.8%에서 2016년 12.3%로 증가하였다. 자국민 남성 실업률은 2014년 6%에서 2015년 5.3%로 감소하였으나 2016년 다시 5.9%로 증가하였다. 자국민 여성 실업률은 2014년 33.3%에서 2015년과 2016년 각각 33.8%와 34.5%로 꾸준히 증가하였다. 15-24세의 청년실업률은 2014년 30.12%에서 2016년 24.87%로 감소 하였으나 2017년 25.02%로 소폭의 증가를 기록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12].
2010년 말 튀니지의 시디부지드에서 과일 노점상 무함마드 부아지지의 분신자살을 계기로 일어난 ‘아랍의 봄’이 단기간에 중동 전역의 반정부 민주화 시위로 확대되었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이 지역의 높은 청년실업률에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높은 청년실업률 문제 해결을 통해 정치적인 안정을 달성하기 위하여 2011년 자국민 고용정책인 ‘니타까트 정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하였다(EY 2017). 자국민을 약 95% 가량 고용하고 있는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이 더 이상 힘든 상황에서 실업문제 해결에 대한 해답은 당연히 민간부분 고용창출에 있었다[13].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업종별·사업장규모별로 자국민 고용 쿼터를 설정하여 이를 이행하지 못하는 기업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페널티를 부과하면서 민간부문에서 자국민 고용촉진을 위한 노력에 힘쓰고 있다. ‘비전 2030’에서 민간부문의 GDP 기여율 확대가 주요한 목표 중 하나로 설정된 이유는 이 같은 정치·경제적 고려에 기인한다.
1932년 사우디아라비아 건국 이래 사우드 왕가는 석유자원 수출로 거두어들인 렌트 분배에 대한 국민들과의 암묵적 합의에 의해 정권의 정치적 정통성을 획득해 왔다. 막대한 오일머니는 일반적으로 정부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금징수를 불필요하게 만들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소득세 및 부가가치세와 같은 기본적인 세금을 거두지 않게 되었다. “대표 없이는 과세 없다 (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라는 미국 독립 전쟁 때의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들이 정부에 내는 세금은 자신들의 정치적·경제적 권리를 정부에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민주주의 발전의 기초가 되고 있다(Anderson 1987).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비정상적인 세금시스템 출현의 배경에는 이 같은 민주주의 발전의 근간을 차단하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있다. 즉 사우디아라비아 정권이 국민들에게 세금을 거두어들이지 않는 대신 그들에게 정치적인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자국 국민들에게 전기와 수도 무상공급 및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 지급과 함께 무상의료·무상교육·저가주택 공급 등과 같은 각종 복지혜택을 제공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정치적인 충성을 사고 있다.
하지만 인구증가와 함께 저유가의 장기화로 인하여 사우디아라비아는 렌티어 국가로서 자국민들이 누려오던 경제혜택들을 제공하는데 재정적인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다. 석유수입이 정부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다른 GCC국가들 역시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유사한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이 같은 공통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GCC국가들은 2015년 12월 부가가치세 도입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우선적으로 2018년 1월부터 5%의 부가가치세를 전격 도입하였다. 하지만 부가가치세 도입에 따른 정치적 부담으로 인하여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5%의 부가가치세를 도입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부분 국가들보다 낮은 수준의 5% 부가가치세를 적용하였다. 뿐만 아니라 국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94개의 식품과 의료, 교육서비스에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하였다[14]. 주변 GCC 국가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은 인구를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정축소 노력의 일환으로 2016년 10월 공무원과 군인들에게 제공되었던 수당과 특권, 재정적인 혜택을 취소하였으나 정치적인 고려로 인하여 2017년 4월 살만 국왕이 봉급삭감과 각종혜택의 취소를 원상태로 다시 돌려놓았다. 이는 사우드 왕가와 국민들 간의 국가 렌트에 대한 사회적 합의준수가 정치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 주요 내용과 향후 과제
저유가로 촉발된 경제상황의 악화로 인하여 사우디아라비아는 추가적인 정부수입원 확보와 함께 높은 청년실업률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특히 무함마드 빈 살만이 부왕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왕권을 이양받기 위해서는 앞에서 제시한 문제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만 했다. 당면한 정치·경제적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에서 2016년 4월 25일 무함마드 빈 살만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새로운 경제다각화 전략인 ‘비전 2030’을 발표하게 되었다. ‘비전 2030’에서 제시한 7가지 주요사업과 사업 목표는 아래와 같다(Al-Arabiya, April 27, 2018).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비전 2030’은 정부의 수입원 확대를 위해 추가적인 렌트를 확보하고 민간부문의 고용증대를 위한 이 부문의 GDP기여율 확대를 골자로 하고 있다. 성지 순례객 방문을 3,000만 명까지 늘려 관광수입원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공공투자기금의 글로벌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석유 렌트 이외의 추가적인 렌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15]. 무역과 교통의 허브국가 건설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아람코 지분의 5% 상장을 통하여 자금을 확보한 공공투자기금이 비석유부문에 대한 국내투자를 진행함으로써 민간부문의 GDP기여율을 높임과 동시에 이 부문에서 고용창출을 유발하여 청년실업률을 개선하려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비전 2030’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시행 의지 및 부처 간 긴밀한 협력과 함께 인적자원개발이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비전 2030’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아람코의 주식시장 상장이 빠른 시일 내에 계획대로 시행되어야 경제다각화를 위한 충분한 재원이 적기에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민간부문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자국민의 고용확대를 저해했던 주요 원인들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국민들 전반에 만연한 렌티어 심리를 제거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정치·사회적인 혼란을 최소화 하면서 점진적으로 진행해 나가고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제고한다면 청년실업률 개선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공공부문에 비해 열악한 민간부문의 근무환경 및 근무조건(예: 민간부문보다 평균 70% 높은 공공부문의 평균임금) 개선이 이루어져야 고용노동시장의 미스매칭 문제가 보다 빠른 속도로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다[16]. 사우디아라비아 역사상 처음으로 아람코 지분 매각을 통해 사상 초유의 글로벌 투자기관을 운용하고 이를 통해 경제다각화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비전 2030’은 과거와 차원이 다른 경제정책이라 하겠다. 또한 ‘비전 2030’은 그 성패 여부가 무함마드 빈 살만의 향후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자소개
송상현(sangsonggcc@gmail.com)은
단국대학교 중동학과 교수이다. 미국 유타대학교(University of Utah)에서 중동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단국대학교 중동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다. 주요연구분야는 중동경제사, 중동국가의 석유정책, 렌티어 국가이론 등으로 중동지역 경제 문제와 관련한 다수의 논문을 집필하였다.
[1] Amanda Cooper, “Global Oil Demand under Growing Threat from Electric Cars, Cleaner Fuel,” Reuters, November 13, 2018. https://www.reuters.com/article/us-oil-iea-demand/global-oil-demand-under-growing-threat-from-electric-cars-cleaner-fuel-idUSKCN1NI005 (검색일: 2019년 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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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전문가 개인의 의견으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