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성스러운 라마단 달, 중동이 요동치고 있다. 2월 27일 미 합참의장의 군사작전 최종 승인 발표로 시작된 이 사태는 이튿날 이스라엘의 ‘포효하는 사자(Operation Lion’s Roar)’와 미국의 ‘거대한 분노(Operation Epic Fury)’ 작전으로 동시에 실행됐다. 이어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이라는 전례 없는 결과를 낳았다. 이란·미국 핵 협상 테이블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미사일이 이란으로 날아오른 것이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47년간 이란 체제의 정점에 군림했던 최고지도자 제도는 이렇게 예고 없이 공백의 시대를 맞았다.

이란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다수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실행됐고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으로 물리적 충돌이 빠르게 확산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소집됐지만 미·중 대립 구도 속에서 실질적인 중재는 이뤄지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전쟁이 4~5주간 지속될 수 있다”고 언급했고, 미 합참과 국방부도 장기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역 강국들이 각자의 이해에 따라 줄을 서기 시작했고, 냉전 이후 구축됐던 중동 질서의 틀이 급속도로 해체되고 있다.

이란 권력의 공백은 즉각적인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사법부 수장, 헌법수호위원 3인으로 구성된 임시지도위원회가 국정을 이끌고 있으며, 최고지도자 선출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것은 최고지도자라는 성직자 통치보다도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부상이다. 최고지도자라는 구심점이 사라진 이후 군사 세력이 독자적인 힘을 가지며 그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란에서는 갑작스러운 전방위적 공격에 큰 위기감이 감돌고 있으며, 최고지도자 선출을 통한 안정적인 이양과 정권 유지를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동 전역으로 영향력이 퍼진 이 전쟁은 전선을 훨씬 넘어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하루 약 2000만배럴, 전 세계 원유 교역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이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으며,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IRGC가 이미 봉쇄 위협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이 시나리오는 결코 가상이 아니다. 걸프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금 중동 지역의 위험성이 높아지면, 세계 경제는 또 한 번의 에너지 쇼크를 감당해야 한다.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은 특히 취약하다. 이미 주식시장이 급등락하고 환율은 불안정하게 요동치고 있다. 유가 급등은 물가 상승과 경상수지 악화로 직결되며 금리, 환율, 소비심리에 연쇄 충격을 가한다. 해운 보험료 급등에 따른 물류비 상승, 석유화학·철강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의 채산성 악화도 현실화될 수 있다. 국제 금융시장 역시 불안심리가 확산하며 신흥국 자본 이탈과 달러 강세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중동 건설·방산 수출시장의 위축까지 더하면, 이 전쟁은 한국 경제에 복합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역사는 반복해서 가르쳐 왔다. 지도자를 제거하면 체제가 무너지기보다 더 예측 불가능한 혼돈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이란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든, 전쟁의 장기화는 중동 전체를 더 위험한 곳으로 만든다. 이번 전쟁이 어떻게 지속되고 마무리되느냐, 그 향방이 앞으로의 중동 질서와 세계 경제를 동시에 결정지을 핵심 변수다. 국제사회는 당장의 전황뿐 아니라, 그 이후의 세계를 지금 준비하기 시작해야 한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

 

원문링크: [테마진단] 트럼프가 그리는 ‘新중동’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