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 화폐가치 폭락에 분노한 시장 상인들이 상점 문을 닫고 거리로 나서면서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됐다. 중산층부터 빈곤층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며 이란 전역 400여개 도시로 빠르게 확산된 반정부 시위는 이란 정권의 강경 진압으로 수천~수만명이 사망하며 이란 역사상 최악의 유혈사태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가 6만126명(인권운동가통신)에서 많게는 3만6500명(이란인터내셔널)까지 추산된다. 이란 공격을 거듭 시사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보류했지만, 26일(현지시간)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이 중동 지역에 도착하면서 지역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이번 이란 반정부 시위의 특징, 이후 이란 사회의 향방 등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이란 정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사소하고 우연한 계기로 반정부 시위의 불씨가 다시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이번 시위는 2009년 녹색운동 이후 2022년 여성·생명·자유 운동으로 이어진 시민불복종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이란 반정부 시위 발생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
-이번 이란 반정부 시위를 어떻게 지켜봤나.
장지향= 그동안 잘 연대하지 못했던 온건개혁파를 지지하는 중산층·지식인층과 보수적 성향의 빈곤층이 사회적으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었다. 비유하자면 대학생들이 ‘태극기 부대’ 노인들과 함께한 것과 같다. 그만큼 집권 강경파 엘리트에 대한 분노가 임계치를 넘은 것이다. 이란 부유층조차도 청년들을 너무 많이 죽인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구기연=이번 반정부 시위가 이전 시위들과 다르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전에 벌어졌던 2009년 녹색운동, 2018~2019년 경제난 시위, 2022년 여성·생명·자유 운동으로 이어져온 시민불복종의 연장선에 있다. 처음엔 경제난에서 촉발돼 상인 중심으로 시위가 벌어졌지만 체제 전복에 광범위한 요구로 이어졌다. 다만 2022년 시위가 6개월간 지속된 것과 달리 이번 시위는 발생 2주만에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정권의 유혈진압으로 너무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위가 빠르게 대규모로 확산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장= 이란 시민들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미국의 공격, 최악의 가뭄, 정전, 경제 악화를 다 ‘인재’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이번 시위가 빠르게 대규모로 확산된 것이다. 이란 지배층도 당황해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생각에 초기부터 국제사회가 지켜보는데도 유혈진압을 했다. 단기적으로 정권수호 측면에서는 ‘잘 한 선택’인 셈이다.
구= 이슬람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이란의 경제위기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 때문이며 국가 안보만은 강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이스라엘·미국의 공습에 처참히 깨지면서 안보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졌다. 경제적 요구에서 시작됐지만, 내부에는 이스라엘·미국 공습으로 인해 체제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했다. 시위 초반까지만 해도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권을 공격해 도와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상인연합회 텔레그램방에는 항공모함이 벌써 카타르에 와 있다는 정보가 돌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이 움직이지 않고 이란 정권이 정권 수호를 위해 유혈진압에 나서면서 너무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학살에 가까운 유혈사태 이후 이란 정권이 지속 가능할까.
장= 이란 정권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은 확실하다. 사소하고 우연적 계기로 시위가 다시 극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지금 이란 체제가 겉으로 보기에는 굳건하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리가 무너지기 직전 멀쩡해 보인다고 해서 멀쩡한 게 아닌 것과 같다. 현재 집권 엘리트들은 주판알을 튕기면서 여러 가지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구= 앞으로 시위가 더 벌어질 것이다. 이란 반정부 시위의 발생 간격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2009년 녹색운동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30년 만에 벌어진 최초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였다. 이번엔 2022년 이후 3년 만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이란 경제 상황도 더 안 좋아질 것이다. 2026년에 인터넷을 단절해버리면 어떠한 경제도 돌아갈 수 없다.
-이란 시위 참상에 대한 소식을 전해들었나.
구= 당시 이란에 있었던 이는 지옥을 봤다고 말했다. 거리가 피바다가 돼 소방호스로 청소해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도심에 총소리와 비명소리가 넘쳐흘렀다고 한다. 이 죽음을 본 사람들은 애국심을 가질 수 없다.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이 중동 지역에 접근했다. 미국의 이란 공격 가능성은.
장= 미국 항공모함이 중동에 도착하면서 미국의 이란 공격 가능성이 고조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협상을 촉구했지만 핵개발 중단, 농축우라늄 전량 반출, 장거리 미사일 보유량 제한 등 이란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를 빌미로 미국이 이란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원문링크: [경향신문]“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넜다···반정부 시위 불씨, 언제든 다시 붙을 것”···‘최악 유혈진압’ 이후 이란 어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