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알화 가치가 아프가니스탄 돈보다도 못해요.” 2024년 가을 이란 방문 당시, 택시 기사가 한숨 섞어 뱉은 이 한마디는 붕괴해가는 이란 경제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당시에도 달러당 리알화 가치는 폭락해 있었다. 100달러를 환전하자 말 그대로 돈뭉치를 받았다. 2025년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습 이후 리알화 하락세는 가속화됐다. 같은 해 12월28일 일요일, 테헤란 알라에딘 전자상가를 시작으로 이란 경제의 중심 역할을 하는 전통시장 상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며 시위가 일어났다.
‘2026 이란혁명’으로 불리는 이번 시위는 1979년 이슬람공화국 건국 이래 가장 대규모인 동시에, 가장 잔혹하게 사상자가 발생한 시위로 기록되고 있다. 1월20일 현재까지 인터넷은 단절된 상황이고, 매체에 따라 수천에서 수만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심지어 인터넷 차단이 이란의 새해인 3월20일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많은 이들은 이번 시위가 기존 시위와는 다르다고 단언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는 1999년 대규모 학생운동, 2009년 이란 녹색운동, 2018~2019년 경제난 시위, 2022년 여성·생명·자유 운동으로 이어져온 시민불복종의 연장선에 있다. 2009년 6월 그 뜨거운 테헤란 거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온 거리에 울려퍼지는 구호, 그에 맞춰 울리는 자동차 경적, 이들을 진압하는 모터사이클의 엔진 소리, 그 광경을 보고 과호흡에 빠진 여성, 제발 이 현실을 외국에 알려달라던 노인의 외침. 녹색운동 때 이미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온 마을에 메아리쳤다.
또한 2022년 여성·생명·자유 운동은 단순한 ‘히잡 시위’가 아니라 자유와 민주화를 위한 하나의 단계였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셜미디어에 나타난 한 시민의 외침처럼 이는 임계점을 넘은 시민들의 목소리다. “당신들은 이것을 생계비를 위한 시위라고 하지만, 나는 이것을 잃어버린 꿈들, 떠나간 사랑하는 이들, 우리의 모든 잃어버린 꿈과 기쁨에 대한 응징이라 부른다.”
물론 나 역시 이란의 미래는 이란 국민의 힘으로, 자주 주권의 힘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이란 이슬람 정권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건재하며,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레자 팔라비 왕세자가 이란의 희망찬 미래를 가져올 구원자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와 같은 참혹하고 잔인한 폭력적 탄압은 즉각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이렇게 굶어 죽느니 이란의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며 시위에 나서는 이들을 폭도로 몰아서는 안 된다. 그들의 간절한 목소리는 이제 전 세계의 양심을 향하고 있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목도한 시민들의 기억은 결코 쉽게 아물 수 없다.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에서 이렇게 썼다.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덧나고 터져서, 자꾸만 그때로 돌아가게 됩니다.” 1980년 광주의 거리가 견뎌냈던 고독한 투쟁은 2026년 이란의 거리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우리는 이제 같은 하늘 아래 그들의 고통을 증언하는 목격자가 되어야 한다. 이란의 비극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즉각적인 국제적 압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