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매일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8월22일 현재 기아로 숨진 이는 최소 273명이고, 그중 112명은 어린이다. 가자지구 아이들의 앙상한 체구는 눈 뜨고 보기가 힘들 정도다. 굶주림과 탈수로 쓰러져가는 아이들의 팔에는 영양실조가 중증임을 알리는 ‘적색’ 진단 팔찌가 감겨 있다.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이 장면은 전쟁이 아니라 굶주림이, 그것도 의도적으로 설계된 굶주림이 생명을 앗아가고 있음을 증언한다.
유엔 산하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C)는 처음으로 가자지구에 ‘기근’을 선포했다. 기근은 단순한 식량 부족을 넘어 전체 가구의 20% 이상이 극심한 굶주림에 처하고, 아동 30% 이상이 급성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인구 1만명당 하루 2명 이상이 아사하는 경우에만 공식 선언된다. 가자에서는 이 세 조건이 모두 충족됐다. 주민 절반가량이 4단계 ‘비상 수준’에 있고, 30%는 이미 5단계 ‘기근’에 빠졌다. 이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22개월 동안 지속된 봉쇄와 전쟁의 결과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기근이 자연재해나 불가항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국경을 전면 봉쇄해 식량과 물, 의약품의 유입을 막아왔다. 그사이 요르단과 이집트 창고에는 구호품이 쌓였지만, 가자 주민들은 굶주렸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이 ‘구호품을 무기화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기근 자체를 부인하며 “이스라엘이 굶주림 정책을 썼다면 주민은 이미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실은 정반대다. 어린이의 영양실조율이 30%를 넘어섰고, 부모들은 오늘 하루도 어떻게 견뎌야 할까를 고민한다. 가자 주민들은 공습과 기아라는 이중의 포위망 속에 있다.
알자지라에 기고문을 쓴 가자지구의 작가 무카이마르는 굶주림보다 참혹한 일은 희망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전쟁이 ‘언제 끝날까’라는 질문이 ‘얼마나 더 나빠질까’로 바뀌고 있다고 절망했다. 반복되는 휴전 협상과 좌절은 가자 사람들의 정신을 무너뜨리고 있고, 희망을 품었다가 깨지는 이러한 악순환은 굶주림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미래를 향한 희망과 인간다운 삶의 존엄성을 송두리째 빼앗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 잔인한 정책에 대해 외면하고 있는 현실은 국제사회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세계는 이대로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 모두는 답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다음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얼마 전 죽음을 맞은 알자지라 기자 알 샤리프가 미리 남긴 유언의 일부다. “저는 이 세상 모든 자유인의 심장 박동과 같은 팔레스타인을 여러분에게 맡깁니다. 그리고 그 민족을, 꿈을 꾸거나 안전과 평화 속에서 살 시간조차 없었던 억울하고 무고한 아이들을 여러분에게 맡깁니다. 여러분이 사슬에 얽매여 침묵당하지 않기를, 국경에 제약받지 않기를 간곡히 요청합니다. 빼앗긴 우리 고향 땅 위로 존엄과 자유의 태양이 떠오를 때까지 우리 땅과 우리 민족의 해방을 위한 다리가 되어주십시오.” 가자의 굶주림은 정치적 선택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선택으로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