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이스라엘과 이란 간 12일의 직접 무력 충돌이 끝난 후, 예상치 못한 인도적 재앙이 벌어지고 있다. 50만명이 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이란에서 강제 추방당한 것이다. 지난 10년간 가장 큰 규모의 강제 인구 이동 중 하나였다. 이는 전쟁의 직접적 피해자가 아니었는데도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이들이 바로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는 잔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란에 거주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상황은 이 비극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탈레반을 피해 이란으로 간 이들은 테헤란에 떨어지는 이스라엘 미사일을 보며 절망했다. 안전을 찾아간 곳에서 다시 전쟁의 공포를 마주한 것이다. 더 비극적인 것은 합법적 지위 없이 살아가는 그들에게는 피란처조차 없다는 점이다.

이란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이스라엘을 위해 간첩 활동을 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내세우며 추방을 정당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래전부터 계획된 추방 정책을 가속화하는 구실에 불과하다.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이란 국민의 반감을 이용해 가장 무력한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인 약 450만명이 이란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이 중 260만명 이상이 서류 미비자다. 이들은 은행 계좌 개설, 휴대전화 심카드 구매는 물론 특정 지역 거주조차 금지당한 채 저임금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번 전쟁으로 이들의 삶은 더 벼랑 끝으로 몰렸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올해 들어 70만명이 넘는 아프가니스탄인이 이란에서 돌아왔고, 이 중 70%가 강제 송환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7월 첫주에만 25만명이 추방돼 하루 최대 4만3000명이 국경을 넘는 상황이 벌어졌다. 40도를 넘나드는 혹독한 더위 속에서 수용센터는 포화 상태가 됐고, 보호자 없는 어린이만 5000명에 달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추방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이다. 국제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추방 대상자들은 구금 과정에서 금품 갈취와 학대를 당하고 기본적인 생활 조건도 보장받지 못한다.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간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더 큰 절망이다. 탈레반 정권하에서 여성들은 교육과 대부분 직업에서 배제됐고, 국민의 70%가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수준으로 살고 있다. 심각한 가뭄과 경제 붕괴로 인도적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귀환민을 받아들일 역량은 전혀 없다.

이 사태는 현대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강대국 간 갈등의 여파는 언제나 가장 약한 고리에 전가된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립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지만, 가장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들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탈레반의 박해를 피해 찾은 이란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절망적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이 위기 해소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단순한 인도적 지원을 넘어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법적 지위 보장과 제3국 정착 확대, 그리고 이란과 파키스탄 같은 난민 수용국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전쟁의 그림자 속에서 잊혀가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탈레반을 피해 온 이들이 다시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최소한의 의무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

원문: [국제칼럼] 갈 곳 없는 아프간 난민의 비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