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의 4월, 보스포루스 해협의 윤슬이 반짝인다. 시민들은 연휴를 즐기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풍경 이면에는 심각한 정치적 긴장이 존재한다. 지난달 19일,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의 구속 소식이 국제사회에 전해졌다. 임박한 선거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유력한 도전자로 간주되던 이마모을루는 공식적으로는 부패 혐의로 체포됐으나 여러 관측통은 이 조치에 대해 정치적 동기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4월2일, 튀르키예 전역에서 시민들의 보이콧 운동이 시작됐다. 정부와 협력관계에 있는 기업체와 방송 매체를 대상으로 한 이 보이콧은 단순한 경제적 거부를 넘어 민주적 가치 수호를 위한 시민 불복종의 표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보이콧이 실질적 영향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점도 일부 있지만, 지금의 제도적 환경 속에서 튀르키예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저항 방식임은 분명하다. 특히 대학생들은 수업 보이콧으로 참여하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의 조치는 언론인 구금으로 확대됐다.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CPJ) 보고에 따르면,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최소 9명의 기자가 자택에서 체포됐으며, 4명이 현장에서 연행, 구금됐다. BBC 특파원 마크 로웬은 시위 보도와 관련해 국외로 추방됐고, 14명 이상의 언론인이 경찰에 의한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고무 총알에 맞거나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튀르키예 미디어 규제 기관인 라디오·TV최고위원회(RTUK)는 시위를 보도한 일부 방송사에 방송 중단 명령과 벌금을 부과하며 방송 허가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튀르키예의 정치적 상황은 최근 악화한 경제 여건과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시민들의 생활고가 심화하고 있다. 튀르키예 물가 수준에 관한 대화 중 한 대학교수는 “현재 물가가 너무 높아 외식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은 정치적 불만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많은 시민은 정치적 개혁을 희망하면서도 생계유지에 대한 우려로 적극적인 의사 표현에 제약을 느끼는 상황에 처해 있다.
보이콧 운동 지지 표현만으로도 11명이 구금됐다. 그중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제국의 부상: 오스만>의 주연 배우 한 명도 포함됐다. 현지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이후 약 2000명이 구금됐고 이 중 316명이 재판을 기다린다.
튀르키예의 현 상황은 민주주의 제도의 지속성에 관한 여러 질문을 제기한다. 에르도안 정부는 야당 인사 구속, 언론 규제, 시위 대응 등 조치를 통해 통치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음 대선은 공식적으로는 2028년으로 예정돼 있으나 더 이른 시기에 시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이스탄불 시내에는 이마모을루의 정책 광고판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의 정치적 미래는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 있다.
튀르키예 시민들의 보이콧과 시위 활동은 민주적 가치 수호를 위한 시민의식의 표현이다. 경제적 난관 속에서도 정치적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의 노력은 국제사회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단순한 제도적 장치를 넘어 시민들의 지속적인 참여와 헌신을 통해 유지되는 가치임을 튀르키예의 상황이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