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후의 어떤 소녀도 학교를 위해 울지 않기를 바랍니다.” 탈레반의 가혹한 교육 금지 속에서 미래를 잃어버린 아프가니스탄 소녀 소마야 샤리피의 절절한 호소가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었다.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어떤 방식으로든 항의하세요. 펜으로, 목소리로 항의하세요”라는 말을 남기며 다음 세대를 위한 희망의 불씨를 눈물로 호소했다.

아프가니스탄은 한때 여성 교육이 꽃피웠던 나라였다. 도시와 교외에서 수많은 소녀가 학교에 다니며 의학·공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2021년 다시 등장한 탈레반 정권은 여성과 소녀들의 교육권을 체계적으로 박탈하기 시작했다. 현재 140만명의 아프간 여학생들은 학교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유엔여성기구와 유네스코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 교육만이 부분적으로 허용될 뿐, 중등 이상의 교육은 사실상 전면 금지된 상태다. 이러한 정책은 소녀들의 미래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발전 가능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2025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는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은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양성평등과 여성 역량 강화’라는 올해의 주제가 무색하게도, 지구 반대편에서는 여전히 기본적인 교육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여성들이 존재한다. 전 세계가 여성의 성취를 기념하는 순간에도, 아프간 소녀들은 배움의 기회를 갈망하며 숨죽여 울고 있다. 이는 여성의 권리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있는지, 그리고 이를 지키기 위한 끊임없는 연대와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운다.

주목할 만한 것은 탈레반 내부에서도 교육 금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외무장관 모하마드 스타니크자이는 공개석상에서 “과거 정책에 정당성이 없었다”고 인정하며, 교육권은 인간의 기본 권리임을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아프가니스탄 소녀들의 절망적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교육은 단순한 학문 습득을 넘어 사회의 미래와 경제적 번영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전문가들은 여성 교육의 박탈이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초래하며, 사회 전반의 불평등과 빈곤을 심화시킬 것이라 경고한다. 탈레반의 억압적 정책은 인권 침해일 뿐 아니라 한 사회가 도달할 수 있는 밝은 미래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치명적인 행위다.

세계 여성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여전히 존재하는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 연대하는 날이다. 여성의 권리가 상당한 진전을 이룬 국가들조차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아프간의 현실은 우리에게 더욱 긴급한 과제를 던진다. 교육과 자유의 기본권마저 박탈당한 그들의 상황은 여성 인권이 얼마나 쉽게 후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종이다.

한국에 온 지 15년 된, 아직도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대학생 나히드는 앞으로의 꿈이 무엇인지 묻는 필자에게 “저는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 고국의 아이들, 특히 여학생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꿈이에요”라고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2025년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소마야와 나히드의 간절한 호소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잃어버린 미래에 대한 깊은 애통함과 함께 모두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

 

[국제칼럼] 아프간 소녀들의 꺾이지 않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