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졌다. 아버지에 이어 정권을 잡은 후 수많은 시리아 국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러시아로 도망쳤고, 시리아 권력은 반군에 이양되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중앙 광장엔 시민 수천명이 모여 알아사드 정부에 대한 반대 구호를 외치고 경적을 울리며 승리를 축하했다.
시리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전국에서 대규모 시위와 민주화운동이 일어나면서, 이란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과 GCC 회원국, 튀르키예, 일부 서구 국가들의 지원을 받는 반정부군 사이에 치열한 내전이 발발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사무소에 따르면, 내전 기간 동안 최소 58만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민간인 사망자만 30만명에 달했다. 670만명 넘는 난민이 발생할 정도로 내전의 상처와 피해는 극심했다. 그렇기에 53년 동안 시리아를 통치하면서 인권을 유린했던 알아사드 부자 정권의 붕괴에 시리아 국민들은 감격에 겨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리아에 봄이 오기까지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먼저 단 11일 만에 13년간의 내전을 끝낸 반정부 세력을 대표하는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의 성격이 더욱 주목된다. 이들은 이슬람 근본주의에 뿌리를 둔 반정부 단체이며,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테러단체이다. 2011년 탄생한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가 그 전신이고, 이슬람국가 건설을 강력히 지향했다는 점은 시리아의 새로운 반군 정부의 미래를 더욱 걱정하게 만드는 근본적 이유다.
시리아의 반군을 이끄는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는 최근 CNN 인터뷰에서 시리아의 정상국가로의 복귀와 통합 문제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알카에다라는 과거 이력에 분명히 거리를 두며 ‘정상적인 시리아’로의 지향을 밝혔지만, 여전히 서구와 아랍 국가들은 그의 불안한 과거를 이유로 깊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두 번째로, 시리아의 다양한 종파들이 앞으로 하나 된 시리아의 통합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이다. 시리아 내 무슬림 중 수니파가 70% 이상으로 다수를 이루고, 13%는 시아파다. 시아 알라위파였던 알아사드 정권이 장기간 권력을 장악하면서 종파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되었다. 기독교인, 쿠르드족, 드루즈교인 등 다양한 종파의 국민들을 어떻게 화합시킬 것인지도 남겨진 중요한 숙제다.
마지막으로 이 혼란의 시간 속에 골란고원을 점령하고자 하는 이스라엘군의 진군이 주목된다. 시리아 반군은 더 이상 분쟁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외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시리아와 이스라엘이 마주하는 접경지인 골란고원 지역에 정착촌을 확대키로 하면서 시리아 영토 내 여러 거점 지역을 점진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해결 과제에도 불구, 광장에 모인 시리아 국민들은 열정적으로 외친다. “우리는 축하한다. 수니, 알라위, 크리스천, 시아 할 것 없이! 모든 종파는 하나다. 하나, 하나, 하나, 우리 시리아 국민들은 하나다!” 이제 시리아의 진정한 민주주의와 평화를 향한 여정은 시작되었을 뿐, 아직 갈 길이 멀다. 국제사회의 냉철한 관찰과 지지, 그리고 무엇보다 시리아 국민들의 끈기 있는 통합 노력이 앞으로의 성공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