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은 시리아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이 대거 입국하면서 세계에서 자국민 인구대비 가장 많은 수의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가 되었다. 시리아 난민 사태가 발생할 당시 레바논 정부는 어떠한 정책도 내놓지 않은 ‘무정책’ 정책을 채택하였으며 그로 인해 레바논 국민은 외국인 다수 유입으로 인한 국가 안보 위기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이에 더해 레바논의 경제, 정치, 사회적 위기상황이 악화일로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자 레바논의 정권과 국민은 국가 안보의 위기를 시리아 난민에게 돌리며 그들을 사회에서 배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경수(한국외국어대학교)
2014년 전 세계 이주민 인구는 5천만 명을 넘어서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1) 이 중 아랍 지역에서 발생한 이주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랍 지역의 이주민이 늘어난 배경에는 2010년 이후의 아랍 각국의 정치사회적 급변이 있다. 2011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 민중 시위가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지중해 동부 지역으로 확산되며 튀니지, 이집트에서는 장기간 이어지던 독재 체제가 종식되었다. 이와 달리 리비아, 시리아, 예멘 등지에서는 정부와 반군 간의 내전이 발발하며 난민이 대규모로 발생했다.
특히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어지는 시리아 내전은 인근 아랍국가를 포함한 국제 사회에 전례 없는 이주민 문제를 안겨주었다. 내전 기간 동안 시리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자신의 집과 고향을 잃고 떠나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외국으로 피난처를 찾아 떠난 시리아인의 수는 2014년 약 3백만 명을 기록하였고 내전이 일어나고 13년이 지난 2024년 현재에는 520만 명이 넘었다.2)
광활한 육로 국경으로 이어진 지역의 특성으로 인해 입국 사무소를 거치지 않은 시리아 이주민의 숫자는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하다. 이에 더해 개인적인 신변 안전을 위해 캠프에 거주하지 않거나 유엔 난민고등판무관(UNHCR)에 난민으로 등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수용국 내로 유입된 시리아 난민의 거처는 특정 짓기가 힘들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난민 대량 유입은 유입국에 정치·경제·사회적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가 유행하고 지역 경제가 악화하자 떠날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시리아 난민의 존재는 수용국 사회에 부담이 되고 이는 결국 혐오와 배척이라는 부정적 반응으로 나타났다. 결국 인근 수용국은 ‘송환’ 카드를 내놓기에 이르렀지만, 정부군의 폭격으로 고향을 잃고 떠나온 경우가 대부분인 시리아 난민들에게 반대파를 탄압하는 바샤르 알아사드(Bashar al-Assad) 정권이 건재한 자국으로 귀환하는 것은 자의로도 타의로도 택할 수 없는 카드이다.
전체 인구에서 시리아 이주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25%인 레바논의 경우, 2019년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경제 위기와 정권 공백으로 ‘실패 국가(failed state)’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이주민의 증가와 이들의 빈곤은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레바논 정부가 난민 유입 초기 어떠한 대응책도 내놓지 않은 결과 시리아 이주민들이 레바논 사회 곳곳으로 스며듦에 따라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정부가 갑자기 유입된 외국인 난민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안보정책을 내놓지 않자, 시리아 난민이 다수 유입된 지역사회가 자체적인 정책을 만들어 실행하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다른 시리아 난민 수용국과 비교하여 독특한 정책을 취하고 있는 레바논의 사례를 바탕으로 난민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대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무대책’이 ‘대책’이었던 레바논의 시리아 난민 대응
유혈사태로 인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시리아인들 중 거의 대부분은 걸어서 이동할 수 있고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 육로로 국경을 넘어 인근국인 튀르키예, 요르단, 레바논 등지로 이주했다. 이들 중 시리아 난민의 절반 이상(약 320만 명)이 유입된 튀르키예는 가장 많은 수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레바논은 튀르키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약 15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어 시리아 난민 65만 명이 머무르는 요르단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시리아 난민 분포 현황(출처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 작성)
내전으로 인해 국경을 넘는 시리아 이주민의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요르단과 튀르키예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국경 근처 지역에 난민 캠프를 지어 이들을 수용하고 통제하려 했다. 튀르키예에서는 국가재난위기관리청(AFAD)이 유엔 산하단체 및 국제 비정부단체와 협력하여 국경 인근에 22곳의 난민 캠프를 설치하였다. 요르단 정부 또한 UNHCR과 협력하여 시리아 국경과 가까운 북부 마프라크(Mafraq)주(州)에 자타리(Za’atari) 캠프를, 자르카(Zarqa)주에는 아즈라크(Azraq) 캠프를 지어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였다. 현재 이 두 난민 캠프는 각각 8만 명과 4만 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3)
레바논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레바논 정부는 시리아에서 국경을 넘는 인구가 점차 많아지는 상황에서도 2014년까지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국경을 열어두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베카 계곡 등 일부 지역에 시리아 피란민의 수가 많아지자 결국 UN을 필두로 한 비정부기구들이 주도하여 난민 거처를 마련했다. 난민 유입 초기 레바논은 시리아 난민 문제에 대해 ‘무대책’으로 대응했다. 이는 지속된 정치적 불안정 때문일 수도 있으나, 사실 의도적으로 채택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대응은 튀르키예나 요르단에서 시리아 난민이 입국하던 초기 이들을 엄격하게 ‘손님’으로 지칭했던 시각과 동일 선상에 있다. 레바논 정부는 시리아에서 피란 온 이들을 ‘난민’이라고 공식적으로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이들에 대한 공식적인 의무에 연관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레바논은 또한 난민의 지위를 인정하는 국제 협약을 비준하지 않아 자국 내 난민 권리에 대한 보호 의무가 없다.
요르단도 마찬가지인 경우이지만, 요르단 정부는 2016년 유럽연합(EU)와 요르단 콤팩트 (Jordan Compact)를 체결하고 자국 내 시리아 난민에 대한 교육권과 노동권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튀르키예는 난민 협약에 가입하고 난민 의정서를 비준한 당사국으로 자국 내 시리아 난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내전 이후 시리아인의 입국과 국내 체류에 대해 어떠한 정책도 취하지 않던 레바논 정부는 돌연 2014년 시리아인을 대상으로 하는 입국 자격 및 체류 조건을 엄격하게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에 비공식적 통로로 입국하거나 체류 자격을 갱신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시리아인 난민은 어떠한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어떠한 경제활동도 할 수 없으며 이동의 자유가 없는 ‘불법체류 외국인’이 되었다. 게다가 레바논 정부는 UNHCR의 역할을 축소하고 2015년에는 난민 신규 등록 및 자격 갱신을 일시적으로 금지함으로써 국내에 거주하는 시리아인들이 자발적으로 국가를 떠나도록 강요하였다.
시리아 난민, 레바논 내전의 아픈 기억을 자극하다
레바논 사회는 크게 기독교 마론파, 이슬람 수니파, 이슬람 시아파로 나뉘어 있으며, 레바논은 건국부터 현재까지 각 종파가 권력을 공유하는 종파 권력 안배주의(confessionalism)에 기반한 독특한 정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자국으로 유입된 시리아 난민에 대해 공식적으로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레바논 정부의 태도는 이처럼 다양한 종파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는 정치 지도자들의 발언에서도 나타난다.
난민 유입 초기 각기 다른 종파에 속한 정치 지도자들은 시리아와의 관계나 종교적인 입장 등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의견을 내었다. 그러나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위기가 악화하자 결국 대부분의 정치 지도자들은 레바논의 위기와 난민 수용에 대한 부담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실패 국가로 향하고 있는 레바논의 국가 위기 상황에 대한 우려 외에도 레바논 정부가 시리아 난민에게 강경하고 보수적인 정책을 취하는 이유는 팔레스타인 난민이 대거 유입되며 내전이 촉발된 역사적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레바논으로 온 팔레스타인 난민은 약 60년간 레바논 사회와 분리되어 섬처럼 고립된 채 정착해 살고 있으며, 결국 1975년 팔레스타인 난민과 기독교 민병대 사이의 충돌로 1990년까지 이어진 내전이 발발했다. 이러한 이유로 레바논 정부가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의 존재를 국가안보의 취약점이라고 여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베이루트 시내를 행진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파타흐(Fatah), 1979년
출처: Wikipedia
팔레스타인 난민 유입으로 인해 약 15년간의 긴 내전을 치른 레바논의 관점에서 2010년대에 다시 발생한 대규모 난민 이주 사태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국가적 사건이다. 특히 팔레스타인 난민과 적대적 관계였던 기독교계 지도자들은 다수 무슬림 인구의 유입을 위협으로 인지하였다. 기독교계 정치 지도자들은 기독교도들을 대상으로 팔레스타인 난민의 60년이 넘는 영구 정착을 언급하며 시리아인 난민이 대거 유입되어 ‘외국인’이 또다시 영구 정착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발언을 지속했다. 한 예로 기독교 자유애국운동(Free Patriotic Movement)당 당수인 지브란 바실(Gebran Basil)은 “우리가 시리아나 팔레스타인에서 온 실향민을 (레바논 영토 내에)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들이 우리의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기 때문이다”라고 발언했으며, 신문사 안나하르(Annahar)의 사장으로 역시 기독교도인 나일라 투에니(Nayla Tueni)는 시리아 난민과 함께 유입된 팔레스타인 난민에 대해 언급하며 “(내전의 원인이었던 팔레스타인 난민에 대한) 악몽이 재현되어 우리는 새로운 정착민, 새로운 부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Nayel, 2013).
시리아 난민에게 전가되는 국가 위기의 책임
기독교도 지도층만이 시리아 난민 유입이 초래한 경제적, 사회적 부담에 대해 우려를 드러낸 것은 아니다. 2018년에는 무슬림 수니파인 사아드 하리리(Saad Hariri) 당시 국무총리가 레바논이 15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살고 있는 ‘대규모 난민 캠프’가 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Davison, 2016), 현재 국무총리 대행인 수니파 나지브 미카티(Najib Mikati) 총리는 2022년 본격적인 난민 송환 정책을 시작한 2022년에 “시리아인의 이주 위기는 레바논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문제”라고 언급하며 자발적 귀환은 “이주민들이 레바논 영토 내에서 영구적으로 정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언급했다(UN News 2022).
이렇게 레바논 정치 지도자들은 역사적 기억을 동원하여 시리아 난민의 존재를 차별할 뿐만 아니라 마이너스로 돌아선 경제성장률, 치솟는 물가, 실업률 증가와 같은 경제 위기, 범죄율 증가, 테러 시도 증가로 인한 안보 위기 등과 같은 국가 위기의 주된 원인을 시리아 난민에 전가하기도 했다. 경제 위기의 원인을 시리아 난민으로 돌리는 국가 지도층의 발언은 종파적이거나 역사적 발언보다 더 효과적이다.
이는 종파에 의해 분열된 레바논 국민 모두에게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며 국제 사회에도 더욱 효율적으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카드가 되기 때문이다. 한 예로 2022년 EU와 시리아 사안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에서 헥터 핫자르(Hector Hajjar) 사회부 장관은 “레바논 내 시리아 난민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전체 국내 범죄의 85%를 차지하고 레바논 정부가 시리아인을 위한 에너지 보조금으로 연간 10억 불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으며 식량 보조금에 30억 불을 추가 지출하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시리아 난민의 체류가 레바논의 경제, 안보, 사회, 생태학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L’Orient Today, 2022).
여기서 우리는 상당히 모순적인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레바논 정부는 2014년 이후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시리아 난민 대부분이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이 될 수밖에 없는 법령을 제정했으며, 2022년 이후부터는 시리아 난민을 ‘자발적’으로 송환시키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시리아인을 보호받아야 하는 ‘난민’이 아닌 ‘외국인’으로 취급하여 시리아로 돌아가도록 압력을 가했다. 그러는 동시에 레바논 정치 지도자들은 EU 등 국제 사회에 레바논이 겪고 있는 위기상황을 강조하며 경제적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레바논 정부는 난민의 유입이 레바논 경제 위기의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러 연구는 레바논이 시리아 난민을 위한 해외 원조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한다(Brun et al., 2021; David et al., 2020). 이는 레바논이 지대 수익으로 사용하는 난민 지대 국가(refugee rentier states)의 하나라고 이해할 수 있다. 난민에 대한 국가 정책을 체계적으로 구축하지 않은 레바논 정부의 경우, 다른 난민 지대 국가와 비교하여 해외 원조와 투자가 국가의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장기적인 분석이 충분하지 않아 단정하여 판단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레바논 정부가 2019년 이후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경제적 압박과 안보적 위기에 대응해 자국민을 보호할 어떠한 정책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된 시리아 난민들
시리아 내전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레바논에 난민 문제 외에도 안보적 위기 의식을 자극했다. 레바논의 정당 중 하나이자 민병대를 보유하고 있는 헤즈볼라(Hezbollah)가 시리아 정권을 도와 내전에 참전하자 반(反)헤즈볼라 성향의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들이 헤즈볼라를 공격하면서 2014년에서 2016년 사이 국경 지역과 수도 베이루트에서 크고 작은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베이루트에서 발생했던 일련의 폭탄 테러 사건은 유례없는 국가 긴장 상태를 불러일으켰다.
레바논 북부 트리폴리에서 교전 중인 민병대, 2012년
출처: Matchbox Media Collective, Flickr
이러한 사태에 더해 정치 지도자들은 입국해 들어오는 시리아 난민 가운데 테러리스트들이 상당수 섞여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민의 불안을 키웠다. 테러리스트의 위협뿐만 아니라 시리아인에 의한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나 정치권 인사의 발언은 이웃에 시리아인들이 정착해 살고 있는 지역민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처음에는 기독교도 정치인들이, 이후에는 수니파와 시아파 지도층까지 가세해서 시리아인과 레바논인 간의 긴장 고조로 사회 불안이 형성되고 있다고 경고하자 안보 위기는 경제 위기와 함께 종파를 떠나 모든 레바논 국민 사이에서 불안을 자극했다.
이에 레바논인과 다수 시리아인이 함께 거주하는 지역에는 치안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결국 해당 지역 자치 정부는 시리아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규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부 지자체 정부가 저녁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시리아인들을 대상으로 통금을 시행하기 시작하자 다른 지자체도 뒤따랐으며, 통금을 시행하는 지자체의 수는 2014년 약 45개에서 2020년 약 330개로 늘어났다(이경수, 안소연, 2023). 통금 시간 동안 시리아인들은 교통 수단을 이용하거나 외출할 수 없었으며 이를 어길 시 벌금이 부과되었다. 또한, 시리아인이 할 수 있는 경제 활동의 종류를 제한하거나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임금의 상한선을 아주 낮게 책정하기도 했다.
돌아갈 수 없는 시리아인들, 위기에 놓인 레바논인들
레바논 정부는 2018년부터 국내 거주하는 시리아인들의 자발적 귀환 정책을 추진하였으며 코로나 범유행으로 잠시 주춤했던 귀환 정책은 2022년 재개되었다. 이 시기 시리아인 다수가 자발적으로 혹은 자발적이라는 명목으로 시리아로 돌아갔다. 그러나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건재한 상황에서 시리아를 떠나온 이들은 선뜻 자발적으로 귀환할 결심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는 비단 레바논 내에 거주하는 시리아인뿐만 아니라 내전 당시 정부군의 폭격으로 고향이 파괴된 시리아 난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시리아에서 도망쳐 피난처를 찾아 나온 난민들을 귀환시키는 문제는 상당히 해결하기 어렵다.
시리아인 다수가 국경을 넘어오던 초기(2012-2013)에 레바논 국민은 이전부터 자유롭게 왕래하며 지내던 시리아인들의 입국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며 일부는 머물 곳을 내어주는 등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난민의 수가 많아지고 UNHCR의 주도로 국경 근처에 비공식 난민 캠프가 설립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시리아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내전이 10년 이상 지속되고 시리아인들이 잠시 왔다가는 손님이 아닌 난민으로 정착하기 시작하자 이미 국가적 위기를 겪고 있는 레바논 정부와 국민은 비난의 화살을 시리아 난민으로 돌렸다.
2019년 경제 위기와 대규모 대중 시위 이후 악화하고 있는 레바논의 정치와 경제 위기의 여파는 국가라는 보호벽을 상실한 채 고스란히 국민들의 등에 지어졌다. 이에 더해 10년이 넘는 내전이 어느 정도 종식되어가는 시점에서도 자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혹은 돌아가지 않으려 하는) 시리아 난민들과 공존해야 하는 부담감 또한 국민이 가장 크게 느끼고 있다. 결국, 레바논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가의 위기를 타결하려 노력하지 않는 이상, 열악한 상황에서 난민과 공존해야 하는 레바논 국민에게 희망이 찾아올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소개
이경수(kyungsoo0104@gmail.com)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이다. 국립레바논대학교 (Lebanese University)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명지대학교에서 아랍어 및 중동 사회문화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서아시아센터 객원연구원 및 2021년 상반기 동 연구소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주로 중동 지역의 이주와 난민, 레바논 사회, 시민사회운동, 이슬람 혐오에 관해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관련된 저서 및 논문을 출판하였다.
[1] https://www.unhcr.org/news/news-releases/global-forced-displacement-tops-50-million-first-time-world-war-ii-unhcr-report
[2] https://reporting.unhcr.org/operational/situations/syria-situation
[3] UNHCR, “Refugee Camps” https://www.unhcr.org/jo/refugee-camps
참고문헌
- 이경수, 안소연. 2023. “국가안보 위협 대상으로서의 난민: 레바논 정치 엘리트의 시리아 난민 ‘외집단화’.” 중동연구 41권 3호, 183-212.
- Brun, C., Fakih, A., Shuayb M. & Hammoud M. 2021. “The Economic Impact of the Syrian Refugee Crisis in Lebanon What It Means for Current Policies.” World Refugee & Migration Council.
- David, A., Marouani, M.A., Nahas, C. & Nilsson, B. 2020. “The economics of the Syrian refugee crisis in neighbouring countries: The case of Lebanon.” Economics of Transition and Institutional Change, 28(1), 89-109.
- Davison, J. 2016. “Syrians in Lebanon hit by Arrests, Curfews and Hostility after Bombings.” Reuters (June 25).
- https://www.reuters.com/article/idUSKCN1051RV/(검색일: 2024.2.12).
- L’Orient Today. 2022. “Social Affairs minister criticizes consequences of Lebanon hosting Syrian refugees as international conference begins.” L’Orient Today (May 09).
- https://today.lorientlejour.com/article/1298862/social-affairs-minister-criticizes-consequences-of-lebanon-hosting-syrian-refugees-as-international-conference-begins.html (검색일:2024. 03. 15).
- Nayel, M. A. 2013. “Why are Palestinians Blamed for Violence in Lebanon?” The Electronic Intifada (August 09).
- https://electronicintifada.net/content/why-are-palestinians-blamed-violence-lebanon/12673 (검색일: 2024. 2. 12).
- UN News. 2022. “نجيب ميقاتي: “نريد لبنان ساحة تلاق وليس ساحة فرقة – نريده مساحة للحوار وليس للتناقش”” UN (September 21). https://news.un.org/ar/story/2022/09/1111921 (검색일:2024. 03.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