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방문기

정책연구소 방문에서 발견한 UAE의 실용주의 정책

UAE는 걸프 지역, 더 나아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메나)을 통틀어 가장 독보적인 외교 전략을 펼쳐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걸프 왕정 국가 중 최초로 이스라엘과 관계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을 2020년 체결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팔레스타인 대의를 지지하면서 이스라엘과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메나 지역 내에서 형성된 무언의 합의를 무너뜨린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동시에 UAE는 사우디 주도의 역내 질서에 휘둘리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UAE는 이미 탈석유 경제를 추구하며 선도적으로 걸프 산유국 왕정 국가 중 경제 개혁을 시도하면서 두바이와 같은 세계적인 도시를 구축해왔다. UAE는 경제 분야 뿐만 아니라 정치 분야에서도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UAE의 독보적인 외교 전략 기조를 UAE 현지 조사 방문 기간 동안 UAE 내 주요 정책 연구소를 방문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1. Emirate Policy Center

먼저, UAE 수도 아부다비에 위치한 UAE의 대표적인 정책 연구소 에미레이트 정책 센터(Emirate Policy Center)를 방문하였다. 본 정책 연구소에서 먼저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여성이 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연구소 소장인 Ebtesam Al-Ketbi은 아랍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들기도 하였다. 주요 정책 연구소 소장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UAE의 여성이 지니는 위상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우리 연구진은 UAE와 관련된 주요 지정학적 이슈에 대해 논의를 나눴다.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미중 갈등 및 세계 질서 다극화 속 UAE의 입장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역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체결한 첫 번째 걸프 왕정 국가인만큼 본 연구소의 소장은 UAE의 외교 정책은 어느 특정 국가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대안을 모색하면서 다양한 국가와 교류하고 협력하는 것이라고 UAE 외교 정책의 기조를 명확하게 설명해주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미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해나가는 동시에 여러 국가들과 새로운 협력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본 연구소 소장이 말한 UAE 외교 정책의 핵심 요지였다. 즉, 실용주의에 기반으로 UAE에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외교 정책이 최우선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본 연구소 소장과 논의 중 흥미로웠던 점은 정치적으로 불안정 상황에서 민주주의 제도가 오히려 불안정을 심화할 수 있다며 거버넌스가 우선이라고 언급한 점이었다. UAE는 권위주의 왕정 국가로 잘 알려져 있는 만큼 석유 지대 수익에 기반한 경제 발전으로 국민들에게 광범위한 복지를 제공하면서 왕정을 유지해오고 있는 UAE의 국내 정치 상황을 잘 반영한 발언이었다.

 

2. The Emirates Center for Studies and Research

두 번째로 방문한 연구소는 아부다비에 위치한 에미레이트 연구 및 리서치 센터이다. 본 연구소는 엄격한 보안 절차를 통과하여 입장할 수 있었다. 1994년 세워진 정책 연구소로 지정학, 지정학 경제, 기후 변화 이슈 등에 대한 연구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또한, 세부적으로 최근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테크놀로지, 국방, 에너지, 사이보 안보 등에 대한 연구도 다루고 있다.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연구원들이 우리를 맞이하여 주었다. 먼저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춰 정책 보고서를 1분짜리 영상으로 만들어 SNS에 올리는 등 홍보 차원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메나 지역에서 기술 발전을 선도하는 UAE라는 것을 정책 연구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방문한 에미레이트 정책 센터와 마찬가지로 본 연구소에서도 주요 지정학적 이슈에 대해 논의를 가졌다. 이전 연구소에서 논의한 것처럼 본 연구소에서도 UAE의 정책 및 지정학적 주요 아젠다는 긴장 완화(deescalation)임을 확인하였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국가 간 정치적 갈등 고조는 물류 차질 등의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UAE는 아브라함 협정 체결로 이스라엘과 협상 과정이 용이해지면서 가자 지구에 병원을 개설하는 등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수월해졌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사람 대 사람, 즉 People-to-People이라는 접근에서 이스라엘과 협력 및 교류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갈등을 완화하고 교류를 통해 국가 간 이익을 증진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즉, UAE의 주요 정책 기조가 실용주의 외교로 다양한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대안적 질서를 마련하는 것임을 또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3. Dubai Public Policy Research Centre

그리고 UAE의 또 다른 토후국 두바이로 이동하여 두바이 공공정책 연구 센터를 방문하였다. 2002년 국제관계, 공공정책, 외교 정책 그리고 여론 연구를 위해 두바이에서 설립된 민간 연구 기관이다. 본 연구소와의 면담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으로는 과거 싱가포르가 물류 허브로서 두바이의 롤모델이였다면 이제는 지식을 창출하는 한국이 두바이의 롤모델이 되었다며 대화를 시작했다. 즉, 두바이는 과거 물류 허브에서 기술 생산의 허브로 변화를 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소도 다른 아부다비 정책 연구소와 마찬가지로 UAE의 정책 기조는 긴장 완화(deescalation)라고 언급하여 UAE의 전반적인 정책이 긴장 고조에 기반을 한 것이 아닌 평화 유지에 기반을 한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본 연구소와의 미팅에서도 대부분 연구진들이 아브라함 협정은 국가 대 국가뿐 아니라 국민대 국민의 합의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서로 연계되어야 갈등이 완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국가 간 연대가 중요함을 피력하였다. 특히, 본 연구소의 소장은 국가 간 연대가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안보 체제의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였다. 예를 들어, 아브라함 협정 체결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더 많은 교육 및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었다며 긴장 완화를 통한 협력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제공한다는데 큰 믿음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아브라함 협정 이름 자체가 지니는 의미 또한 세 가지 종교가 서로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다는 의미로 과거의 전쟁을 통한 해결이 아닌 공존을 통한 갈등 해결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UAE 내 정책 연구소의 방문은 UAE의 국가 정책 기조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익한 기회였다. 그리고 세 연구소를 방문하면서 공통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UAE가 실용주의에 기반하여 이념보다는 국가 이익에 중점을 둔 국가 정책 및 외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소 방문을 통해 UAE가 취하고 있는 다양한 독자적 전략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