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사이의 분쟁이 해를 넘기며 계속되는 가운데, 홍해가 작년부터 또 다른 위기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홍해는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의 좁고 긴 바다로, 지중해 수에즈 운하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해상 통행의 요충지이다.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상품 무역량의 12%가 홍해를 지나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홍해의 물동량은 더욱 늘어났으며, 러시아의 원유 교역량은 전쟁 전보다 14배 이상 늘어났다. 예멘 후티 반군은 2023년 11월 영국 회사 소유의 화물선을 나포한 것을 시작으로 이스라엘과 서방 선박을 겨냥한 위협을 최근까지도 계속하고 있다. 올해 2월 말까지 후티 반군은 이 지역에 주둔한 약 50척의 상선과 소수의 군함을 공격해 왔다.

예멘 후티 반군은 누구이며, 왜 공격을 지속하는가? 후티 반군은 예멘 북부에 거주하는 시아파의 한 분파인 자이드파 민병대로서 남북 예멘 내전 과정에서 정부군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시작되었다. 수니파 정권에 반하는 저항세력을 이끌었던 후세인 알 후티의 이름을 따서, ‘후티 반군’으로 불리고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장기 집권했던 살레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고, 후티 반군이 예멘의 수도 사나를 점령하며 세를 확장해 나갔다. 이후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주축으로 한 연합군이 예멘 정부를 지원하고, 이란이 후티 반군을 지원하면서 예멘 내전은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생하면서, ‘저항의 축’이라 불리는 시아파 벨트인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적대시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 배후에는 이란이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홍해의 위기는 전 지구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가? 먼저 홍해 항로 봉쇄로 인해 세계 물류에 악영향을 끼쳤다. 홍해를 지나던 각국 선박회사들이 운송 경로를 변경하게 되어, 물류비 상승과 물류대란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촉발시키고 있다. 또한 홍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해저 인터넷 케이블 안전도 비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홍해 해저에는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약 17%를 전달하는 광섬유 케이블이 설치되어 있다. 최근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예멘 해안의 해저 케이블이 손상되어, 지부티의 인터넷 접속이 이틀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해저 케이블 수리는 쉽잖을뿐더러, 작업이 가능한 선박을 준비하기도 간단치 않다는 점에서 국제 통신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영국 선박이 침몰하면서 심각한 환경위기를 맞게 되었다. 지난달 화학비료를 싣고 있던 영국 화물선 ‘루비마르’호가 후티 세력의 공격을 받은 지 일주일여 만에 침몰하면서, 환경재앙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후티 반군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종식되면 홍해 봉쇄를 끝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번 전쟁의 현재 상황을 분석해 보면, 두 당사자뿐 아니라 미국, 이란, 중국, 사우디 등 다양한 세력들의 이권과 외교적 입장이 얽혀 있어 장기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과연 홍해는 언제쯤 평화의 바다가 될 수 있을까? 보다 적극적인 국제적 개입이 시급한 때이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국제칼럼]얽히고설킨 화약고, 홍해 – 경향신문 (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