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2023년 노벨 평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란의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가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불법 시위 혐의로 10년9개월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그는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다. 시상식에는 8년째 어머니를 만나지 못한 17세 쌍둥이 자녀가 대리 수상자로 참석했다. 그리고 자녀들 사이에는 빈 의자가 놓여 있었다. 모하마디를 위한 자리였다.
모하마디는 옥중에서 이란 정권을 ‘폭압적이며 반여성적 종교 정부’라 비판하며 중동에서의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을 “풍성한 문명의 중심에 있었던 여성이지만 지금은 전쟁, 테러리즘, 극단주의의 불 가운데 있는 종교 출신”으로 규정하며, 이란 국민에게 장애물과 폭정에 맞서 투쟁할 것을 촉구했다.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는 이란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활동해온, 이란에서 망명하거나 이주한 여성 영화배우, 운동선수, 변호사를 비롯해 현재 조국에서는 공연을 할 수 없는 여성 가수 마흐사 바흐다트가 ‘희망의 반짝임’이라는 곡을 선사했다. 그 자리에 있는,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은 기쁨의 눈물을 함께 흘렸다.
2003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이란 출신 인권변호사 시린 에바디도 참석했다. 모하마디는 에바디의 오랜 동지였다. 모하마디는 에바디와 함께 인권수호센터에서 부소장으로 일하면서 이란 시민들의 인권을 위해 싸웠다. 하지만 그 결정은 큰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국가안보에 반하는 행위, 집회 및 사형 폐지 운동을 벌인 혐의 등으로 모하마디는 구속과 석방을 되풀이했다. 모하마디는 총 3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09년 여권 압수를 시작으로 구속과 석방이 반복적으로 이뤄졌는데 그 과정에서 모하마디의 건강은 계속 나빠졌다.
하지만 모하마디는 무너지지 않았고, 감옥 안에서 단 한 번도 침묵하지 않았다. 일생을 이란인들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연구하고 활동했던 모하마디는 교도소에 구금된 여성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인권 상황에 대해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료 정치범들에 대한 기록과 그들의 진술을 2022년 <백색 고문>이라는 책을 통해 세상에 알렸다. 그는 <백색 고문>에 4개의 벽과 작은 철문이 모두 흰색으로 칠해진 독방에서의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담아냈다. 그는 “투쟁의 대가는 고문과 투옥일 뿐만 아니라, 모든 후회로 부서지는 마음과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이라고 힘든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르게스 모하마디의 몸은 비록 감옥에 갇혀 있지만, 그는 결코 저항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을 것이다. ‘나르게스’는 페르시아어로 수선화라는 뜻이다. 혹독한 겨우내 구근 속에 있다가 봄이 되어 화려하게 꽃을 피워내는 수선화라는 자신의 이름처럼 이란의 여성, 생명, 그리고 자유에 대한 모하마디와 시민들의 투쟁과 희망은 곧 꽃을 피워낼 것이다. 또한 모하마디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이란 여성들뿐만 아니라 차별과 인권탄압에 고통받는 지역의 여성들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 초등학교 이후의 교육 기회를 박탈당한 아프가니스탄 소녀들처럼 지금도 억압받고 있는 여성들에게 모하마디의 강인한 희망의 메시지가 전해지길 바란다.
▼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