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새롬(숙명여자대학교)

상이한 역사, 문화, 경제 규모, 정치제도를 보유하고 있는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오늘날 공유하고 있는 특징은 무엇일까? 이들의 지난 궤적과 2023년을 되돌아볼 때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건강한) 거버넌스의 부재이다. 리비아는 아랍 봉기가 발생한 이후부터 내전, 외부개입 등의 이유로 하나의 정부 만들기에 실패해왔다. 올해 9월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리비아 동부 댐 붕괴 사건은 십 여년 간 지속된 정부 부재 상황이 사회에 어떤 결과를 야기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같은 달 강도 높은 지진으로 인해 최소 3천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모로코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진이 발생하고 첫 정부 고위급 회의가 열린 것은 최소 19시간이 지난 후였다. 당시 파리를 방문 중이던 왕의 귀국 후에야 긴급회의가 소집되고 대책이 마련되기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입헌군주국이지만 여전히 절대왕정과 권위주의 통치 요소를 유지하고 있는 모로코의 단면을 보여준다.

2013년부터 독재정권을 공고화 시킨 이집트와 2021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권위주의적 행보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튀니지는 어떠한가? 두 국가가 겪어온 빈곤, 소득 불평등, 실업 등의 사회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대규모 시민봉기로 독재자를 쫓아냈던 두 국가에서 과거와 같은 크기와 강도의 시위는 목격되지 않고 있다. 팬데믹, 우크라이나사태, 그리고 올해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교전과 난민 이슈 등의 “외생적 요인”에 시선이 분산된 것이 국내적 고요함에 기여한 바가 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이 고요함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