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현(아시아연구소)

2023년 이스라엘은 격변을 겪었다. 지난 2022년 12월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총리가 구성한 내각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우파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랍계 이스라엘인의 추방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테러를 옹호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이타마르 벤그비르(Itamar Ben Gvir)가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의 치안을 담당하는 국가안보부 장관으로 임명되었으며, 서안지구의 이스라엘로의 완전한 합병을 주장해온 베짤렐 스모트리치(Bezalel Smotrich)는 재무부 장관이 되었다. 스모트리흐 장관은 또한 서안지구 정착촌에 관한 전권을 부여받았다. 새롭게 출범한 강경 우파 정권은 출범 직후부터 서안지구에 세워진 유대인 정착촌을 합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극우파 정부가 제시한 사법부 개편안은 2023년도 상반기 이스라엘의 핵심 쟁점이었다. 극우파 정치인들은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무효화할 수 있는 권한을 대법원이 행사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법부 개편을 주장해왔고, 1월 야리브 레빈(Yariv Levin) 이스라엘 법무부 장관은 대법원이 무효화한 법안을 의회가 과반수의 찬성으로 다시 통과시킬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법부 개편안을 제시했다. 이 외에 정부가 임명할 수 있는 법관인사위원회 위원 숫자를 늘려 법관 인사권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내용도 개편안에 포함되었다. 야권과 시민사회가 정부의 사법부 개편안이 사법부의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면서 사법부 개편을 둘러싼 논란은 이스라엘 정치권의 분열을 초래했다.

대내적으로는 사법부 개편을 둘러싼 분열이 지속되고 극우파 정부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 정책으로 팔레스타인과의 긴장도 고조되는 가운데 대외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정상화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9월에는 미국의 중재 아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국교 수립에 관한 협상이 진행 중이며,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교를 수립하는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이스라엘에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10월 7일 가자지구의 무장 조직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정세는 급변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 로켓포를 발사하고 가자지구 인근 마을을 일시적으로 점거했으며, 하마스의 공격으로 1,400명에 달하는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 경찰 사망자가 발생했다. 하마스는 또한 200명이 넘는 민간인과 외국인, 군인을 인질로 잡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극우파 정권에 보복하는 한편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권의 적대적 여론을 일으켜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하마스의 후원자인 이란이 공격 계획 수립과 준비의 배후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하마스의 공격 이후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논의를 잠정 중단할 것을 통보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아랍 각국 정부와 이스라엘의 관계를 정상화해 이란을 고립시킨다는 미국의 대중동 전략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공격 직후 이스라엘은 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예비군을 동원하는 한편 하마스와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개시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제거한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가자지구를 완전히 봉쇄해 물과 전기, 식량과 연료 공급을 차단하고 가자지구를 공습했다. 10월 27일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로 진입해 지상 작전을 전개했으며 이 과정에서 가자지구 내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식량과 물, 전기와 연료 공급도 중단되면서 인도적 위기가 심화되었다. 여기에 레바논 헤즈볼라까지 이스라엘 북부를 로켓포로 공격하며 전쟁이 이스라엘과 중동 내 친이란 무장 조직, 더 나아가서는 이란 사이의 전면적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었다.

이스라엘의 전면적 가자지구 공격은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12월 15일 기준 19,000명에 가까운 수가 사망했으며 가자지구 전체 인구 220만 명 중 약 190만 명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인도적 피해 증가와 전쟁 장기화로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휴전을 촉구하는 여론이 커지면서 이스라엘의 동맹인 미국도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11월 24일부터 12월 1일까지 이어진 짧은 휴전이 끝나고 이스라엘이 공격을 재개하자 미국은 이스라엘에 민간인 보호와 구호물자 반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스라엘이 국제적 지지를 잃고 있으며 네타냐후 총리가 변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공세 지속을 주장하는 이스라엘과 입장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한다는 본래 목적에는 변함이 없으며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가자지구 전쟁은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전쟁 종결이 가시권에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전쟁 이후 가자지구가 어떻게 관리될 것인가의 문제 또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제거하고 가자지구에 비무장지대를 설정할 것이라는 계획은 밝혔으나 하마스 이후의 가자지구를 관리하는 구체적인 방안은 밝히지 않았으며,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관할하거나 아랍 국가가 공동으로 가자지구의 치안을 유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기도 한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을 이집트로 이주시킨다는 방안까지 제시되기도 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직접 지배해서는 안되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가자지구 통제를 지지하나, 이스라엘은 자치정부의 가자지구 통치에 부정적 태도를 드러냈다. 아랍 국가 또한 팔레스타인인의 이주나 가자지구 직접 관리 모두에 반발하고 있지만 전후 계획 역시 구체화된 내용이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