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새롬(숙명여자대학교)

2023년 10월 7일 현지시간 오전 11시에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주 인근 40킬로미터 지점에서 6.3 규모의 큰 지진이 일어났다. 2019년 세계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이 지역의 인구는 약 19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지진은 헤라트주 뿐 아니라 그 주변 여러 지역과 주요 인프라에 큰 피해를 가져왔다. 2023년 10월 20일 발표된 유엔 보고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한 이후 약 21,500채의 주택이 파괴되었으며154,000명이 넘는 아프가니스탄인이 지진의 타격을 받았다. 또한 지진으로 사망한 사람들 중 90% 이상이 여성과 아이들이다. 탈레반의 집권 이후 여성들의 이동권이 제한되었던 것이 높은 여성 사망률의 원인으로 제기되기도 한다.

한편 이번 자연 재해는 2021년 8월 탈레반의 재등장 이전 20년 동안 전쟁과 분쟁을 겪었던 아프가니스탄 서부의 가장 가난한 지역을 강타한 사건이다. 이번 지진 발생 전에도 아프가니스탄은 홍수와 계속된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심각한 인도적 위기를 겪어왔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2,900만 주민들이 긴급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로 하고 있으며 약 1억 달러가 필요하지만 이 자금이 아프가니스탄에 유입될 경우 탈레반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탈레반이 집권한 이후 계속되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와 국제인권단체들의 철수도 현재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