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하은(아시아연구소)

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은 2022년 8월에 이어 올해 9월 4일, 러시아 소치에서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작년 8월, 에르도안 대통령은 흑해곡물협정 체결에서 유엔과 함께 핵심 중재자 역할을 했고 푸틴과 양국 통상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하며 튀르키예는 러시아산 가스 수입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기로 했다.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가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푸틴과 만나 실리적 외교를 펼쳐 이익을 얻은 결과였다. 에르도안의 태도는 서방의 지탄을 받았지만 푸틴은 올해 5월 튀르키예 대선에서 에르도안을 공개 지지 하는 것으로 깊은 유대감을 드러냈다.

올해 7월 러시아의 일방적 흑해곡물협정 파기와 우크라이나 국경과 맞댄 루마니아 지역까지 러시아 군사 드론의 출현으로 흑해 지역에 위기감이 감돌자 푸틴을 설득할 수 있는 인물은 에르도안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기대감과 다르게 푸틴의 미온적 태도에 성과 없이 마무리 되었다. 푸틴의 달라진 태도는 올해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전후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친서방 노선으로 급선회한 것과 관계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에르도안은 튀르키예의 EU 가입 조건을 걸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동의했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등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외교 노선에서 서방 쪽으로 급격히 무게중심을 옮겼기 때문이다. 흑해곡물협정 복원 불발에 흑해 교전이 우려되고 나토와의 충돌 위험을 배제할 수 없지만 에르도안의 친서방 외교 행보는 실리적 외교 노선을 따랐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