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부 지역에서 매년 6월은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라 불리며,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상기시키는 다채로운 행사가 벌어진다. 성소수자들의 인권 문제는 전 지구적으로 문제시되고 있지만, 특히 중동 국가들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억압이 가장 심각하다고 여겨진다. 일부 중동, 이슬람 국가에서는 동성애가 처벌 조항에 명시되어 있거나 동성 간 성관계가 문화적 논쟁을 넘어 최대 사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예멘 등 샤리아(이슬람법) 혹은 샤리아에 토대를 둔 형법에 따라 동성과 성교한 이에게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국가 대다수가 이슬람 문화권에 속한다. 이라크는 요르단, 바레인과 함께 중동에서 동성애를 범죄화하지 않은 아랍 국가 중 하나였지만, 2022년 7월 동성애를 전면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이스라엘은 중동 국가들 중 유일하게 성소수자들에 대한 권익이 보호되어 왔다.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법적 탄압이 적은 편이다. 나아가 ‘브랜드 이스라엘’ 사업을 통해 국가적으로 동성애 친화적인 이미지 조성을 꾀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동성애에 적대적인 아랍 국가에 둘러싸인 가운데 유일하게 성소수자에게 친화적인 오아시스로 홍보되며 스스로를 ‘중동 국가 유일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친동성애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성소수자들에게는 안전한 곳이지만, 동시에 이루어지는 팔레스타인 억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이스라엘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은 이와 같은 친동성애적 정책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억압을 비가시화하는 전략이라며 ‘핑크워싱(Pinkwashing)’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유일하게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합법적으로 이루어져 왔고, 올해로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25주년을 맞았다. 지난달 텔아비브에서는 무려 15만명이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가했다. 텔아비브시장은 “우리는 모두 평등한 사람들이며, 우리 모두 사랑할 자격이 있다”라며 축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텔아비브의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준비하는 주최 측에서는 안전을 우려하며 긴장해야 했다. 올해 초부터 이스라엘은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체계 개혁 시도로 시끄러웠다. 네타냐후 정부에 극우파가 참여하면서 행정부의 권한을 강화하고 사법부를 개편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스라엘의 LGBTQ 활동가들은 우익 정부와 사법 소수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극우 성향의 장관들이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폐지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기도 했다.

이스라엘 LGBTQ 활동가들은 이번 정부 출범으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학대와 폭력이 증가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우익 정부가 시도하는 사법 개혁으로 민주주의 체제가 손상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혐오를 통한 극우 정치는 성소수자들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점령지 주민들의 인권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국제칼럼] 이스라엘의 프라이드 퍼레이드 – 경향신문 (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