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연(아시아연구소)
5월 17일 이란과 러시아는 카스피해 연안의 라쉬트에서 아제르바이잔 국경 인근의 아스타라까지 162km 구간을 연결하는 16억 달러 규모의 철도망 신설 계약을 체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화상으로 지켜볼 정도로 이번 계약 체결은 양국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푸틴 대통령은 라쉬트-아스타라 철도망은 북쪽과 남쪽을 연결하는 특별한 무역로로서 세계 무역로 다양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또한 이번 계약이 양국 협력 관계에 있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라쉬트와 아스타라를 잇는 철도망은 러시아와 인도, 이란을 연결하는 국제 운송로 건설 구상인 국제북남교통로'(International North-South Transport Corridor: INSTC) 프로젝트의 일부로, 러시아와 이란에서는 INSTC가 완공되면 수에즈 운하와 경쟁할 수 있는 중요한 국제 무역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에 대응해 상호 경제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대응하려는 러시아와 이란의 정책과 관련되어 있다. 이미 양국은 지난 2022년 8월 달러화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국 무역에서 이란 리얄화와 러시아 루블화를 사용해 거래하기로 합의했으며, 2023년 1월에는 은행 통신망을 연결해 국제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양국간 송금이 가능해졌다. 인도양으로 향하는 교통로를 확보하려는 러시아와 외교적, 경제적 고립에 대항해 러시아, 중국, 인도 등과의 비서구 국가와의 관계 강화에 나선 이란 사이 이해관계가 일치함에 따라 이란과 러시아의 협력도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