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연(아시아연구소)
2023년 4월 9일 후티 반군과 사우디 측 인사들의 평화회담이 시작되었다. 지난 9년간의 내전으로 황폐해진 예멘에 전쟁이 종식될 수 있을지에 대한 희망을 걸 수 있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식은 지난달 있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과의 외교 복원 뉴스에 뒤이은 희소식이었다. 사우디와 이란과의 외교 복원은 중동 지역 국제 관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란에게 사우디와의 관계 회복은 곧 아랍에미리트연합, 바레인, 카타르 등 다른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 3월 이란은 8년 만에 아랍에미리트 주재 대사를 임명했다. 이란과 사우디, 걸프 국가와의 관계 개선이 예멘 내전의 종식을 예측할 수 있는 평화협상까지 끌어낸 것이다.
예멘 내전은 이란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수니파 동맹군과의 충돌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리전 양상을 보여 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후티 반군과 예멘 정부 사이의 포로 교환은 비록 연기되었지만, 최근 평화 회담에 대한 낙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안전 보장을 제공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의 광범위한 재건 노력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전까지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에 대한 수많은 공격을 감행해왔다.
한편, 오래된 내전으로 중동 지역 최빈국인 예멘에서는 지난 4월 20일에 구호품 지급 현장에 인파가 몰려 최소 8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 피트르를 앞두고 한 자선단체가 1인당 약 10달러를 주는 행사를 기획했다가 압사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현재 예멘 인구의 3분의 1이 인도주의적 구호가 필요할 정도로 예멘은 수년간 위기 상황에 직면해 오고 있다.